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매년 5조5000억원을 지원하면 국내총생산(GDP)이 0.33%포인트 증가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덕파 고려대 교수는 반도체 지원이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을 확대해 매년 7조2000억원 이상의 GDP 증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GDP의 1% 수준인 22조원을 투입할 경우, 법인세 등 국세 수입이 매년 4조∼6조원 늘어나 5∼6년 안에 정부 지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 지원이 실질적인 경제 효과를 낳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다.
주목해야 할 점은 재정 지원이 없을 경우다. 투자 감소로 인해 GDP가 매년 0.16%포인트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투자 부진이 이어지면 연간 3조5000억원(0.16%포인트) 규모의 경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치명적 타격이 될 수 있다. 수출과 고용 창출 등 경제 전반에 큰 기여를 하는 산업이 뒤처지면 장기 성장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경쟁국들은 하나같이 ‘직접 보조금’이라는 확실한 수단을 선택하고 있다. 일본은 TSMC 공장 건설에 10조원의 보조금을 주고 있고 유럽연합(EU)도 ‘EU 반도체법’을 통해 총 430억유로(약 62조원)규모의 보조금· 투자를 통해 반도체 자립을 추진하고 있다. 대만은 정부가 수십 년간 직접 투자와 세제 지원을 병행한 결과 세계 최대 파운드리 국가로 위상을 높이고 있다. ‘반도체 굴기’를 꿈꾸는 중국은 수십조원씩 쏟아붓고 베트남, 인도네시아도 직접 지원에 나서는데 한국만 먼 산 바라보듯 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그만큼 불리할 수 밖에 없다.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AI 시대, 반도체는 모든 기술 혁신의 기반이다.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 산업은 모두 반도체 위에서 움직인다. 반도체 없이는 미래 산업도 없다.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 각국이 사활을 걸고 직접 지원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국내에서 생산하고 판매한 반도체에 최대 10% 생산세액공제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한 발 더 나갈 필요가 있다. 세액 공제도 유효한 지원책이지만 한계가 있다. 기업의 투자를 실질적으로 끌어내고, 고용 창출·생산 유발·세수 환수 같은 명확한 경제적 성과를 얻으려면 직접 지원은 필수다. 반도체에 100억원을 투자하면 공급망에는 200억원, 지역사회에는 300억원 이상의 부가가치가 발생한다고 한다. 효과가 확실한 만큼 정부가 더 과감히 나가야 한다. 재정은 이런 데 쓰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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