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안으로 들어가거나, 스마트폰을 꺼내게 하거나.’

베트남 진출 전략을 찾아 하노이무역관을 방문하는 기업인에게 주로 이 두 가지를 제안드리고 있다.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가라’는 것은 팔고자 하는 브랜드·제품이 그들의 스마트폰 화면에 보이도록 모바일 마케팅을 하라는 의미다.

1억 인구 중 약 7000만명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사용하며, SNS 사용 시간이 하루 평균 두시간 반에 달하는 나라가 베트남이기 때문이다. SNS 광고, 인플루언서 마케팅, SEO(검색 엔진 최적화) 등 노출도를 높이는 방법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이에 본 기고문을 통해서는 ‘스마트폰을 꺼내게 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베트남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그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들도록 해야 한다. SNS 계정에 직접 촬영한 사진·영상을 손수 업로드해 자신도 모르게 특정 제품에 대해 입소문을 낼 수 있도록 강렬하고 인상적인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베트남 소비자에게는 물건이 아니라 경험을 팔아야 한다.

1998년 경제학자인 조셉 파인과 제임스 길모어가 제시한 ‘경험경제’ 개념은 오늘날 베트남 소비 시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베트남에서 경험 소비 현상이 SNS 문화와 맞물려 강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소비자는 외식, 쇼핑, 여행 등 일상의 소비를 ‘인증샷’ 및 ‘숏폼’을 통해 타인과 공유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정체성과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낸다. 결과적으로 소비재는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드는 요소’가 있을 때 더욱 가치 있는 제품으로 인식된다. 경험경제 이론에 따르면, 제품과 가격이 평준화된 시대에서 기업은 소비자에게 ‘기억에 남는 경험’을 제공해야만 차별화할 수 있다. 예컨대 하노이에서 한국식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를 창업해 성공적으로 운영해오고 있는 B사 대표는 한국에서 유행하는 빵을 한국에 가지 않고도 베트남에서 바로 맛볼 수 있도록 한 것을 성공의 비결로 꼽았다. B브랜드는 현재 하노이에서만 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 3월 베트남 진출 7년만에 오픈한 하노이의 첫 GS25 매장에는 아직도 ‘인증샷’ 행렬이 끊이질 않는다. 한국의 간식과 편의점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연출한 ‘스테이징(staging)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베트남에서 잘 통하고 있는 경험 판매 전략은 베트남 최대 규모 쇼핑몰인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에 설치된 여러 팝업 스토어, 주요 도시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셀프포토 매장 등 다양한 사례로 접할 수 있다.

베트남 소비자들은 지금 SNS에 업로드할 콘텐츠, 곧 감정을 자극하는 경험을 원하고 있다. 따라서 베트남에 수출하고자 하는 우리 기업들은 체험형 매장, 라이브 커머스 등 경험 기반의 소비 접점을 다각도로 마련해야 한다. 감성적 마케팅 전략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베트남 사람들이 ‘무엇을’ 소비하는지 보기보다, ‘어떻게’ 소비하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들은 물건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통해 느끼는 감정과 ‘공유 가능한 경험’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박정호 코트라 하노이무역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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