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CEO, 직접 TSMC CEO 회동 사실 공개
꺼졌던 ‘인텔 파운드리 구하기’ 불씨 되살아나
TSMC, 1.4나노 공정 공개…1나노 경쟁 불 지펴
TSMC·인텔 ‘연합’, 삼성 파운드리엔 부담
![대만 파운드리 TSMC가 23일(현지시간) 미국 샌타클래라에서 주최한 북미 테크 심포지엄에서 1.4나노급 공정인 ‘A14’를 공개했다. [TSMC SNS]](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7/news-p.v1.20250425.77398c4513204ee68db6f2acb0beb4cb_P1.jpg)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립부 탄 인텔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대만 TSMC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꺼져가던 ‘인텔 파운드리 구하기’ 가능성이 재점화됐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는 2028년부터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 칩 양산 계획을 발표하며 시장 주도권 지키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1나노 경쟁의 서막이 오른 가운데 TSMC와 인텔의 ‘연합’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 물량 ‘싹쓸이’ 가능성도 나온다. 둘 사이에 낀 삼성전자로선 지금보다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7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TSMC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샌타클래라에서 주최한 북미 기술 심포지엄에서 1.4나노급 공정인 ‘A14’를 공개하며 ‘1나노 경쟁’의 불을 지폈다.
현재 가장 앞선 파운드리 최선단 공정은 TSMC와 삼성전자가 양산 중인 3나노다. TSMC는 2025년 하반기 2나노→2026년 하반기 1.6나노 공정으로 이어지는 로드맵을 밝힌 바 있다. 이번에 1.4나노 공정까지 소개하며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TSMC의 행보는 자체 사업을 넘어 최근 인텔 파운드리로 이어지고 있다.
립부 탄 인텔 CEO는 25일(현지시간) 진행된 1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TSMC CEO를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TSMC를 분명히 파트너로 보고 있다. (TSMC 창립자) 모리스 창과 웨이저자(CEO)는 오랜 친구들”이라며 “최근에 만나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찾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상황을 창출하기 위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탄 CEO의 이번 발언은 지난 17일 TSMC가 1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인텔과의 협력을 부인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나왔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인텔 비전 2025’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달 30일에는 파운드리 사업 현황과 로드맵 등을 제시할 ‘인텔 파운드리 다이렉트 커넥트’ 무대에 설 예정이다. [인텔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7/news-p.v1.20250425.78c94bf0f3ce4e2ebae3922736048949_P1.jpg)
당시 TSMC는 직접 인텔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반도체 합작법인(JV) 투자에 대해 어떤 논의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기술 라이선스, 기술 이전 및 공유와 관련해 다른 어떤 회사와도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탄 CEO가 직접 TSMC CEO와 회동을 가졌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기류가 달라진 셈이다.
실제로 로이터에 따르면 웨이저자 CEO와 탄 CEO는 지난 23일 TSMC 기술 심포지엄에 나란히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반도체 산업을 상징하는 인텔이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자 TSMC에게 자금 지원과 함께 기술 노하우 전수 등을 압박했다.
이후 TSMC가 인텔 파운드리를 운영할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지원에 나설 것이란 보도까지 나왔다.
적자에 허덕이는 인텔 파운드리가 향후 어떠한 형태로든 TSMC의 지원을 받을 경우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 비율) 제고와 양산시기 단축 등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보다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21년 ‘파운드리 재건’에 착수한 인텔은 올해 18A(1.8나노급) 공정으로 반도체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12월 사임한 팻 겔싱어 전 CEO의 뒤를 이어 ‘구원투수’로 등판한 탄 CEO는 올 하반기부터 1.8나노 공정을 적용한 중앙처리장치(CPU) 생산을 목표로 공정 안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1.8나노는 향후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을 판가름할 분수령으로 꼽힌다. 작년 10월 로이터는 인텔이 2026년까지 1.8나노 공정에 들어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보도했지만 탄 CEO는 올 3월 ‘인텔 비전 2025’에서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서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 [삼성전자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7/news-p.v1.20250425.ac99611ddd23469ca3a5731ba5b34087_P1.jpg)
업계는 오는 30일 열리는 ‘인텔 파운드리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에 주목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탄 CEO가 파운드리 사업 현황과 로드맵 등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TSMC와 인텔이 손잡을 경우 미국 내 양사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양사의 미국 고객사 물량 ‘싹쓸이’로 인해 삼성전자로선 지금보다 고객사 확보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이 인텔의 1.8나노 공정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소식이 지난 3월 전해지기도 했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도 인텔 1.8나노 공정에서 칩을 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텔이 향후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의 물량까지 수주하게 된다면 부진했던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에서 TSMC보다 1년 앞선 2027년 1.4나노 공정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TSMC에 대형 고객사들을 내준 가운데 최선단 공정 진입을 서두르며 반등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현재 삼성전자는 모바일 AP ‘엑시노스2600’에 적용될 2나노 공정 수율부터 끌어올리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2나노 수율이 30~40% 가량까지 올라온 것으로 보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겸 부회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2나노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1나노 차세대 공정을 개발해 기술·제조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