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임스 아파투라이(James Appathurai) NATO 혁신, 하이브리드 및 사이버 담당 부사무차관보는 유럽의 국가 핵심 시설에 대한 방화, 요인 암살 시도, 간첩 행위 등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위협(hybrid threats)이 증대하고 있음을 경고했다. 국제정치 전문잡지 ‘Foreign Affairs’도 최근 러시아의 하이드리드전(hybrid warfare)이 유럽에서 본격화되는 현상에 주목했다.

2022년 러우전쟁의 발발 이후 영국, 독일, 스웨덴, 폴란드 등 유럽 전역에서 군수품 창고, 탄약 제조공장 화재, 폭발, 열차 탈선, 요인 암살 시도, GPS 교란 등 다양한 사건·사고의 배후에 유럽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에 항의하는 러시아 정보기관의 사보타주 활동이 있었음이 밝혀진 것이다. 충격적인 사실은 러시아가 공격 주체를 은폐하기 위해 자국의 정보요원이 아닌 유럽 현지 범죄자들을 ‘대리인(proxy)’으로 사용한 점이다. 러시아가 유럽 현지의 범죄집단을 하이브리드전 전개에 이용한 것은 2022년 2월 말 유럽에서 600명 이상의 러시아 스파이가 추방되면서 러시아가 취한 대안 전술이다.

대규모 군사력을 동원하지 않고 공격 주체의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전략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하이브리드전은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손쉽게 합병하면서 그 효과가 입증됐다. 특히 대중 여론이 쉬운 공격대상이 되는,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집중적으로 전개되는 사이버 심리전 혹은 인지전은 사회 내 이미 존재하는 갈등과 분열을 활용하는 가장 애매모호한 형태의 하이브리드 위협 전술이다.

전통적인 전쟁과 달리 하이브리드전은 공격주체의 공식적 선전포고와 전장이 부재하며 군사적 수단과 비군사적 수단이 육해공과 사이버 공간에서 조직적으로 혼합되어 동시다발로 전개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전국적으로 여객기·헬기의 충돌이나 추락 등 항공사고, 공장·물류창고·박물관 화재, 열차 탈선, 전국적 산불, 싱크홀 사고, 다리 붕괴, 선박사고 등 대형 사고가 끝도 없이 일어났다. GPS 교란이나 주요 기관 해킹은 배후가 북한으로 밝혀지는 등 도발 주체가 오히려 더 신속하게 식별되고 있을 정도이다. 게다가 해군기지, 공군기지 등 군사시설과 국정원 건물, 정부세종청사에 대한 중국인들의 드론 촬영 등 외국인의 간첩 행위도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어디까지가 사고이고 의도적인 사보타주인지 조사결과가 온전히 공개되고 있지 않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범죄와 우연적인 사고로 위장한 하이브리드전에 대응하는 국가 위기대응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 특히 군의 작전은 전시와 평시의 활동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어 이러한 하이브리드전에 대응하기 어렵다.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정부가 서둘러야하는 가장 시급한 조치는 전략커뮤니케이션 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다. 2014년 우크라이나에 대해 러시아가 구사한 하이브리드전 전술에 대해 NATO가 취한 가장 첫 번째의 대응 조치도 유럽 내 전략커뮤니케이션 체제의 구축이었다. 위협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하며 애매한 형태의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해 즉각적으로 NATO 수준에서 의사결정 체계를 가동하여 신속하게 위기대응을 도모하도록 지원하는 전략커뮤니케이션 체제가 가장 중요했던 것이다.

송태은 국립외교원 국제안보통일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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