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그 람브레트 ‘코라빈’ 발명가 방한

“와인 추출 동시 질소 주입, 산소 막아

고급 와인도 한잔씩 오래 마실 수 있어”

방한한 미국 그레그 람브레트(Greg Lambrecht) 코라빈 발명가가 지난 22일 클럽코라빈에서 코라빈을 이용해 와인을 따르고 있다. [아영FBC제공]
방한한 미국 그레그 람브레트(Greg Lambrecht) 코라빈 발명가가 지난 22일 클럽코라빈에서 코라빈을 이용해 와인을 따르고 있다. [아영FBC제공]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운이 좋았던 건, 제가 와인업계에 들어오기 전 의료기기 개발자로 일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개발했던 항암 치료용 주삿바늘이 코라빈을 만들게 했죠.”

코라빈(Coravin)을 발명한 미국 그레그 람브레트(Greg Lambrecht)가 방한했다. 코라빈은 코르크(와인 마개)를 제거하지 않고 와인을 따를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와인의 산화를 방지해 최대 3년간 개봉 당시 수준의 신선함을 유지해 준다. ‘와인 대통령’이라 불리는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와인잔 발명 이후 와인 역사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와인보존 시스템 브랜드 코라빈의 그레그 람브레트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에비뉴엘 잠실점의 클럽코라빈에서 열린 행사에서 브랜드 스토리를 전했다. 클럽코라빈은 코라빈 전용 와인 라운지다.

그레그 람브레트는 자신이 개발한 주삿바늘과 와인을 들고 1999년부터 와인 보존 장치를 연구했다. 그는 “코르크(와인 마개)를 따면 와인에 공기가 들어가면서 맛이 변한다”며 “개봉 후에도 언제나 같은 맛을 즐길 수 있도록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오랜 연구 끝에 그는 코르크 마개를 손상 없이 뚫을 수 있는 정교한 바늘을 완성했다. 바늘이 코르크에 들어가 질소가스를 주입하면 그 압력으로 와인이 나온다. 빈 공간을 질소가스가 채우면서 와인의 산소 접촉을 막는다.

람브레트는 “12년간 맛을 테스트했으며, 코라빈 개발 후 2011년 회사를 설립했다”고 했다.

코라빈은 현재 60개국에서 사용한다. 작년 매출액은 약 1억달러(약 1427억원)다. 유럽을 거쳐 2015년에는 아시아에 진출했다. 한국에는 2022년 진출했다.

한국 시장은 시작 단계지만, 그가 주목하는 지역이다. 람브레트는 “한국은 아시아에서 일본과 함께 가장 급성장하는 시장”이라며 “한국에선 코라빈을 파인 다이닝(고급 식당)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다”고 했다.

코라빈 제품들. 육성연 기자
코라빈 제품들. 육성연 기자

3가지 모델도 소개했다. 가장 먼저 나온 ‘코라빈 타임리스(Coravin Timeless)’는 브랜드의 주력 상품이다. 이후 개발된 제품은 ‘코라빈 피봇(Coravin Pivot)’이다. 코르크를 비롯해 나사형이나 유리 마개까지 모든 종류의 뚜껑에 사용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코라빈 스파클링(Coravin Sparkling)’이다. 람브레트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모델”이라며 “스파클링 와인은 개봉 후 탄산이 빠질 수 있는데, 충전기가 가스를 주입해 탄산이 빠지지 않도록 만든다”고 소개했다.

현장에선 3주 전 코라빈으로 개봉한 화이트와인과 이날 오픈한 와인이 제공됐다. 기자가 직접 시음해 본 결과, 어느 것이 개봉됐던 와인인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맛이 같았다.

코라빈은 특히 고가 와인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고급 와인은 개봉 후, 중요한 기념일에 다시 꺼내서 마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코라빈을 사용하면 와인을 ‘한 병’이 아닌, ‘한 잔’씩 맛볼 수 있다”며 “다양한 와인을 조금씩, 오래 즐기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와인의 풍미를 그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한 잔을 마셔도 고급 와인을 즐긴다’는 와인 트렌드와 부합되는 요소다. 람브레트는 “글로벌 와이너리 매출은 하락세인데, 와인 부품 분야는 매년 성장세”라며 “이는 고급 와인을 즐기려는 성향이 강해졌다는 의미”라고 봤다.


gorgeou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