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진출 후 비교적 빠른 결단
전기차 캐즘에 ‘하이비차저’ 실적↓
HVAC 등 경쟁력 높은 사업에 집중

LG전자가 전기차 충전기 사업(사진)을 전격 중단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차세대 핵심 B2B(기업간 거래) 사업 중 하나로 육성했지만, 업황 악화 지속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끝내 사업 철수라는 중대 결단을 내린 것이다. 대신 냉난방공조(HVAC) 등 경쟁력 높은 사업에 집중, 전략적 리밸런싱을 통한 포트폴리오 혁신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22일 ES(에코솔루션)사업본부 산하의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2022년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시작한지 약 3년 만이다. 전기차 충전기 제조를 담당하는 자회사 ‘하이비차저’는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LG전자 측은 “시장의 성장 지연과 가격 중심 경쟁구도 심화 등 사업 환경 변화에 따른 전략적 리밸런싱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충전 사업은 LG전자가 ‘차세대 유니콘’으로 공들이던 핵심 B2B 사업 중 하나다. 앞서 LG전자는 2030년까지 전체 매출에서 B2B 사업 비중을 45%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에 집중해왔다.
LG전자는 지난해 초 미국 텍사스에 충전기 생산 거점을 구축한 데 이어, 같은 해 6월 북미 1위 전기차 충전 사업자인 차지포인트(ChargePoint)와 손잡고 총 6종의 완속·급속 전기차 충전기를 국내 및 북미 시장에서 운영 중이었다. 2030년까지 미국 급속충전기 시장에서 8%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해 글로벌 톱티어(Top-Tier) 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사업 종료 결정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전기차 시장 케즘(수요 둔화)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비차저의 실적 부진 문제도 컸다. 하이비차저의 지난해 매출은 106억원이었지만, 영업손실은 무려 72억원에 달했다. 2023년 매출은 59억원, 영업손실은 70억원이었다.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정부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고 관세전쟁으로 전반적인 자동차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등 악재도 겹쳤다.
LG전자는 전기차 충전기 사업 구성원 전원을 사내 다른 사업 조직에 전환 배치할 계획이다. 사업 종료 후 공급처 대상 유지보수 서비스는 차질 없이 수행할 예정이다.
LG전자는 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한 B2B 사업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이어간다. ES사업본부는 ▷가정용/상업용 에어컨 ▷칠러 ▷히트펌프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 등 HVAC 사업에 주력할 방침이다.
조주완 LG전자 CEO는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현재 10조원 정도 규모의 공조 사업을 2030년까지 20조원 규모 사업으로 성장시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B2B 사업 육성은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ES사업본부의 1분기 매출이 3조원 안팎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이익은 약 3500억원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률도 두자릿수를 기록, LG전자 내 4개 사업본부 중 가장 영업이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LG전자는 “기업간거래(B2B), 구독 사업, 웹OS 등 비하드웨어 부문, 소비자직접거래(D2C)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질적 성장’이 호실적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김민지 기자
jakme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