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1분기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을 공식 언급했다. 내수 둔화에 통상 여건 악화까지 겹치면서, 불과 두 달 전 전망했던 0.2% 성장조차 물 건너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올해 연간 성장률도 1.5%를 밑돌 수 있다며 5월 발표할 수정 전망에서 추가 하향을 시사했다. 이미 한국 성장률을 0%대까지 낮춘 기관들이 나오고,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 상품무역 성장률이 0.2% 감소할 것으로 봤다. 1%대 방어도 버거운 상황이다.
한은이 공식 발표에 앞서 역성장 가능성을 이례적으로 언급한 건 충격 완화용 사전포석으로 보인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이창용 총재는 “갑자기 어두운 터널로 들어온 느낌”이라고까지 했다. 경제가 식어가면 금리를 낮추는게 당연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게 한은의 처지다. 한은은 18일 기준금리를 2.75%로 동결했다.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 부과, 원화 약세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 가계부채 재확산 우려 때문이다. 특히 1.75%포인트 한·미 금리격차가 더 벌어지면 환율이 얼마나 뛸지 알 수 없는 아찔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정부가 18일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확정한 것은 다행이다. 이번 추경은 재해·재난 대응(3조2000억원), 통상·AI 지원(4조4000억원), 민생 안정(4조3000억원) 등 세 분야에 집중됐다. 수출바우처 지원 대상을 8000개 기업으로 늘리고, 관세 피해 기업에 저리 대출 15조원을 추가 공급하는 등 대책이 포함됐다. 연내에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장 확보, 석·박사급 인재 양성 2배 확대, 연구개발 지원 등 인공지능(AI) 생태계 강화 예산도 담겼다.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직접 지원도 강화됐다. 매출 30억원 이하 사업자가 사용한 카드 소비액 증가분의 20%를 최대 30만원까지 환급해주는 ‘상생페이백’이 신설됐고, 공공배달앱을 통해 2만원 이상 3회 주문 시 1만원을 환급해주는 행사도 포함됐다. 자영업자 경영부담 경감에 2조6000억원, 영세·중소사업자 매출 기반 확대에 1조6000억원이 각각 배정됐다. 산불 지역 재해 회복·예방에는 3조원이 투입된다.
미국의 관세 공세로 인한 충격과 고환율·고금리에 시달리는 기업과 민생을 고려하면 추경 규모는 다소 부족하다. 이 정도 추경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폭은 0.1%포인트 남짓이다. 그럼에도 목 마른 현장에 급한 물부터 붓는 역할은 필요하다. 정부는 정교하게 돈을 써야 하고, 국회는 정쟁을 접고 속도감 있게 처리해야 한다. 또다시 ‘졸속 심사’나 ‘정치 거래’로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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