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7일 서울청사서 의대 정원 3058명 발표

‘전원 복귀’ 선결 조건 실패에도 양보…복귀율 25%

의정 갈등 해소 요원, 의대생 ‘봐준다’는 학습효과

대학가 “시설 투자 어떡하나” 학원가 “혼란 그만”

정부가 17일 2026년 의대 모집 인원을 3058명으로 돌아간다는 확정안을 발표한다. 1년 넘게 끌어오던 ‘의대 증원’을 완전히 철회하는 셈이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는 모습. 이상섭 기자
정부가 17일 2026년 의대 모집 인원을 3058명으로 돌아간다는 확정안을 발표한다. 1년 넘게 끌어오던 ‘의대 증원’을 완전히 철회하는 셈이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는 모습.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정부가 2026년 의대 모집 인원을 3058명으로 되돌린다. 1년 넘게 끌어오던 ‘의대 증원’을 완전히 철회했다. 정부와 대학은 모집 인원 동결의 선결 조건으로 ‘의대 수업 정상화’를 내걸었으나, 의대생들이 거부하면서 결국 물러섰다. 하지만 모집 인원 회귀에도 의대생들이 여전히 ‘필수 의료 패키지’ 철회, ‘의대 정원 감원’ 등을 요구하며 수업을 거부 하고 있어 의정 갈등은 여전히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에 대한 브리핑을 갖고 ‘증원 이전으로 동결하고 이를 확정해달라’는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건의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의총협은 전날 회의를 통해 ‘모집인원 동결을 먼저 발표하면 학생들이 돌아올 것’이라는 의료계 요구를 수용하고, 의대 모집인원을 동결해 달라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정부가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전’으로 돌린 데 대해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사실상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평가한다. 앞서 교육부는 ‘3월 말까지 전원 복귀’가 전제되어야만 의대 모집 인원을 동결하겠다고 밝혔으나 의대생들이 여전히 수업을 거부하는 상황에 결국 이를 철회했다. 현재 전국 의대생들의 복귀율은 25%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의 입장 변화에는 이번 학기에도 학생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트리플링’(24·25·26학번이 동시에 의대 수업을 듣는 것)이 빚어져 사실상 의대 교육이 불가능해질 것이란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도 수업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아 의대 교육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 향후 의료 인력 수급이 어려워져 ‘의료 개혁’은 완전히 물 건너가게 된다.

정부와 대학의 입장 차도 의료 개혁 후퇴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교육부는 입대나 임신, 질병 등으로 휴학하는 자를 제외하고 전원 복귀해야 한다면서도 “100%는 아니다”라고 했는데, 의총협은 “과반은 돼야 한다”고 말하면서 혼란을 불렀다. 심지어 수업 복귀율이 지지부진하자 “모집인원 발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시간을 끄는 모습도 포착됐다.

의대생은 애초부터 의대 증원 철회와 필수 의료 패키지 철폐를 주장하며 수업을 거부해 왔기에 돌아갈 ‘명분’이 없었다. 의대 모집인원 동결은 내년도에만 진행됐고, 필수 의료 패키지 철폐는 테이블에 올라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학별로 지난달 등록 마감 시한을 연장해 줘가며 제적을 피하게 해주고, 일부 대학은 유급도 막아주면서 의대생들이 ‘누워도 된다’는 것을 학습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이미 의대생들 사이에서는 ‘뭘 해도 우리가 이긴다’는 확신이 가득한 상태”라며 “결국 유급도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의료계는 유급 결정을 미뤄 달라는 요청도 정부에 하는 상황이다.

교육부와 대학가에서는 의대 모집인원을 동결하면서 의대 수업 정상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모집인원 동결 이후 어떻게 학생 복귀를 유도할 건지에 대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전날 의총협 회의에서도 ‘앞으로 의대생 복귀 방법’을 두고 혼란스러운 발언이 오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증원’ 약속을 믿고 교수를 추가로 뽑고, 시설 투자를 하던 일부 대학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지방권 의대 관계자는 “추가로 교수를 뽑고, 건물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증원이 철회되는데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느냐”라고 토로했다. 입시 업계에서는 2년 연속으로 대입 정원에 변화가 생기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혼란을 겪을 것이란 우려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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