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헌 서울 서대문구청장 인터뷰
홍제폭포 카페 조성 외국인 명소 돼
정서적 안정감 반려동물 정책 추진
9개 대학 협업해 구민 ‘행복캠퍼스’
교통 사각지대 해소…삶의 질 향상

“40년 정치 인생에서 구청장으로 있었던 지난 3년이 가장 보람찼습니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전직이 국회의원이다. 그것도 두 번이나 국회의원을 역임한 다선 의원이다. 통상적으로는 구청장을 역임한 뒤 이 경험을 발판 삼아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구청장은 이 순서를 거꾸로 간 셈이다. 그리고 국회의원 시절보다 구청장으로 보낸 지난 3년의 시간이 더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지난 10일 서대문구청에서 만난 이 구청장은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뒤 1985년 졸업과 동시에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며 “청와대에서도 일해 보고 국회의원으로 입법 활동도 해봤지만 주민 일상을 행복하게 바꾸는 변화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구청장으로 더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구청장이 취임한 2022년 이후 서대문구의 정책들은 주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다양한 경험들로 채워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홍제폭포 인근에 있는 ‘카페폭포’다. 서대문구청 근처 안산에 있는 홍제폭포는 2008년 조성된 인공폭포다. 하지만 사실 처음에는 이 폭포에 대힌 주민들의 관심이 크지 않았다. 폭포 바로 맞은편은 내부순환로 교각 아래로 폐기물집하장, 제설발진기지, 창고 등이 있어 주변 사람들이 와서 담배를 피우는 정도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 구청장은 이 문화시설을 보다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수변감성 도시 공약과 맞물려 시 지원을 받아 2023년 4월 카페폭포를 조성했다.
카페폭포는 문을 열자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이 구청장은 “처음에는 주민들께 폭포를 보며 차 한 잔을 마시는 힐링의 시간을 드리고자 기획했다”며 “그런데 틱톡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카페폭포 방문 게시글들이 공유되면서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과 외부인이 찾아오게 됐다”고 말했다.
구에 따르면 카페폭포가 문을 연 이후 외국인들을 포함, 200만명이 이곳을 방문했다고 한다. 이 구청장은 “카페폭포의 현재 누적 매출액이 27억원을 돌파했는데, 지난해에는 이 수익금 중 2억원으로 총 114명의 학생에게 ‘행복장학금’을 전달했다”며 “올해에는 카페폭포 장학생을 200여 명으로 늘리고 장학금 규모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구청장이 주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인 또 다른 프로젝트는 반려동물 사업이다. 구는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반려동물 전담 부서인 반려동물지원과를 신설하고 다양한 반려동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개소한 반려동물 문화센터 ‘내품애(愛)센터’가 대표적이다. 이 센터에서는 유기·유실된 동물을 보호하고 새로운 가족에게 입양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지난해 유기동물 54마리가 들어와 이 중 43마리의 주인을 찾아드렸다”며 “주인을 찾지 못한 동물들은 교육을 시켜 입양시키고 있는데 지금까지 15마리가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고 말했다.
사실 이 구청장은 진돗개 5마리와 치와와 1마리를 키우고 있는 열혈 애견인이다. 이 구청장은 “반려동물은 정서적으로 안정감과 행복감을 준다”며 “특히 1인 가구에게 반려동물은 외로움을 덜어주는 좋은 가족”이라고 말했다.
구는 교육 사업에도 진심이다. 서대문구에는 연세대, 이화여대 등 관내에 대학이 9곳 있다. 구는 이들 관내 대학과 협업, 구민들이 배움을 통해 성장하는 삶을 누릴 수 있는 ‘전생애 평생학습도시’를 조성 중이다.
이 구청장은 “구민이라면 누구나 관내 대학 어디에서나 전문 강의를 수강할 수 있는 ‘9개 대학 연합 서대문 행복캠퍼스’를 구축했다”며 “지난해 총 25개 강좌를 개설해 총 1421명이 대학 전문 교육강좌를 무료로 수강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인공지능(AI), 재테크, 문화예술, 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25개 강좌를 개설할 예정이다.
구는 또 청소년의 학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연세대·이화여대의 우수한 대학생 인재들을 ‘서치쌤’으로 위촉시켜 활동 중이다. 지난해에는 6명의 서치쌤이 온라인 동영상 수학 강의 총 72강을 촬영하고 이를 관내의 중학교 1학년 학생에게 무료로 공개, 400명이 넘는 학생이 시청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구는 주민들의 교통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다방면에서 노력 중이다. 구는 2023년부터 ‘경의선 지하화 및 입체복합개발 기본구상을 위한 용역’을 추진,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또 지난해 4월 연세대 공학관 부근 650m 구간에 대한 ‘성산로 일대 입체복합개발 사업’이 서울시의 ‘서북권 신성장 거점 신속추진 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구청장은 “경의선 지하화와 함께 청년창업·의료·문화 등을 위한 복합시설을 조성하여 신촌의 잠재력을 활용하는 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경전철 서부선 조속 착공과 경전철 강북횡단선 재추진을 위한 서명운동도 추진 중이다. 이 구청장은 교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지하철이 닿지 않는 지역에 마을버스 노선 확대도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구청장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서대문구에 살고 싶다고 한 주민 의견이 94%에 달할 정도”라며 “주민들이 ‘서대문구가 변하고 있다’ ‘많이 좋아졌다’고 말씀해 주실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행복한 서대문구, 평생 살고 싶은 서대문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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