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연 2.75%인 기준금리 동결
미국발 관세전쟁에 저성장 위기 분명하나
불어난 가계대출 증가에 불 지필 가능성도
이창용 총재 “올 성장률 1.5% 하회 전망”
5월 이후 기준금리 인하 재개 관측 힘실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7일 연 2.7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경기 상황만 보면 금리 인하 대응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환율, 가계부채 등 불확실성이 커 당분간 시장 동향을 지켜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7/rcv.YNA.20250416.PYH2025041603100001300_P1.jpg)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7일 연 2.75%인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다는 데 무게를 둔 결정으로 풀이된다. 심각한 저성장 위기임은 분명하지만 환율 변동성 확대,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인한 시장 불안을 완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지난 2월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하한 만큼 이번에는 금리를 동결하고 추후 상황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특히 한은이 올해 경제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인 1.5%를 하회할 것이라고 처음 밝히면서 금통위가 다음달 29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문에서 “1분기 경기 부진과 글로벌 통상여건 악화로 성장의 하방위험이 확대됐다”면서도 “금융·외환시장에서 주요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고 가계대출은 낮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최근 늘어난 주택거래 영향으로 증가규모가 일시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높은 환율 변동성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금융완화 기조로 인한 가계부채 재확대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기준금리 동결의 주된 배경은 환율 불안이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일부 하향 안정됐으나 달러 가치가 3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데 비하면 충분히 회복하지 못한 채 140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확대 조치에 따른 수출 둔화 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한은은 안 그래도 미국과의 금리 차가 1.75%포인트로 큰데 우리나라가 먼저 금리를 인하하면 금리 차가 더 벌어지면서 원화 약세 흐름을 자극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외환시장이 위아래로 변동성이 큰 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평소 환율과 관련해 특정 수준보다도 변동성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시장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요동치고 있다. 이달 초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지난 7일 하루 만에 33.7원 뛰었고 9일에는 주간거래 종가 기준 1484.1원까지 오르며 16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호관세 유예 소식에 이번주 올 들어 가장 낮은 1420원대로 떨어졌고 이날도 추가 하락하며 1416.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지만 언제 다시 1500원을 위협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금통위는 앞서 지난 1월에도 환율 상황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이 총재는 당시 “경기 상황만 보면 지금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높은 환율 변동성을 동결 배경으로 지목한 바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7일 연 2.7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7/rcv.YNA.20250417.PYH2025041702790001300_P1.jpg)
2월부터 큰 폭으로 불어난 가계부채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상황에서 금리가 내리면 가계대출 증가에 불을 지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월 9000억원 감소했던 전 금융권 가계부채는 2월 4조2000억원 폭증했다. 지난달 4000억원 늘며 증가 폭이 확 줄었지만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3조4000억원 증가하는 등 부동산 시장 과열에 따른 가계부채 영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 2월 서울 일부 지역의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급증한 주택 거래에 대한 주담대 승인 물량이 남아 있어 4~5월 중 가계대출에 반영될 여지가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이달 들어 지난 14일까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2조1000억원 이상 불어났다. 이는 10영업일 만에 3월 한 달간의 증가액(1조7992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가계대출 확대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금통위는 이와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속도, 추가경정예산(추경) 규모나 집행 시기 등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5월 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향후 금리를 내리겠다는 연준의 포워드가이던스(사전예고)가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한은으로서도 금리 인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지 않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가 12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예고한 상황에서 재정정책의 단기적인 경기 부양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어느 정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17일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저성장 위기 속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5월 이후에는 금리 인하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경기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7/rcv.YNA.20250409.PYH2025040914540006100_P1.jpg)
다만 5월 이후로는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하를 재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간 이어진 내수 부진에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으로 우리 경제를 이끄는 수출까지 타격이 불가피해진 만큼 시장에 돈을 풀어 민간 소비·투자 등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미국의 관세정책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를 옥죄고 있는데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0%대로 전망하는 해외 금융기관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이달 초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2%에서 0.9%로, 0.9%에서 0.7%로 두 차례나 하향 조정했고 리서치 전문기업인 캐피탈 이코노믹스도 지난달 0.9%의 전망치를 제시한 바 있다.
한은도 이날 성장세 둔화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내수 부진이 일부 완화되겠지만 수출은 통상여건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올해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인 1.5%를 하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무역협상의 전개양상, 추경의 시기나 규모 등과 관련한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한은은 올해가 ‘금리 인하기’라고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당장 다음달 미 FOMC에서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선호) 발언이 충분하다면 통화당국이 5월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음달 수정 경제전망 발표가 예정돼 있는데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금리 인하 관측에 힘을 싣는다. 6월에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가 없어 5월에 하지 않으면 7월까지 밀리게 되는데 이는 경제 성장을 촉진해야 하는 통화당국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는 요소다.
한은은 이날 ‘4월 경제상황 평가’ 자료를 추가로 내고 “국내경제는 경제심리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글로벌 통상여건도 악화되면서 성장세가 지난 전망경로를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하 여부 등을 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금리 인하 시기가 7월로 밀릴 가능성을 제기한다. 차기 정부가 어떤 재정 정책을 펼칠지에 따라 통화정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대선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성장의 하방리스크 완화를 위한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나가되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가계부채, 환율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