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영업일만에 3월 가계대출 증가액 넘어서

연말연초 감소하던 신용대출 잔액 상승 전환

주담대 상승 미미하나 미실행 물량 상당할듯

금융당국 “4월, 가계대출 관리 분수령” 촉각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4월 들어 2조1136억원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연합]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4월 들어 2조1136억원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이 4월 들어서만 2조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일 10일 동안 증가액이 3월 한 달간 늘어난 가계대출보다도 많다. 올해 2월 서울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급증한 주택 거래 관련 담보대출이 1~2개월 시차를 두고 줄줄이 실행되고 있어 가계대출 확대 흐름이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 1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40조6647억원으로 지난 3월 말(738조5511억원) 대비 2조1136억원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3월 한 달의 증가 폭(1조7992억원)을 10영업일 만에 넘어선 것이다. 아직 4월이 보름 남짓 남아 있어 가계대출 증가 폭이 컸던 2월(3조930억원)의 오름세를 뛰어넘을 여지도 있다.

앞서 작년 4분기 1조원 초반 선으로 유지돼 온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올해 1월 5000억원 줄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으나 2월 신학기 이사수요 등으로 큰 폭으로 늘어난 바 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체 가계대출의 절반에 못 미치는 8987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주담대가 가계대출 확대를 견인해 왔던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대신 작년 말부터 줄곧 내림세를 보였던 신용대출이 4월 들어 5개 은행에서 일제히 늘며 1조원 이상 증가했다. 연말·연초 상여금으로 대출을 상환하는 등의 계절적 요인 감소에 미국의 관세 정책 영향으로 국내외 증시가 급등락하면서 주식을 저가 매수하려는 투자 수요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4일 개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5조2360억원을 순매수했다.

시장에서는 이달 하순과 5월까지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2월 중순에서 3월 하순 사이 급격히 늘어난 주택 거래와 관련해 아직 실행되지 않은 주담대 신청 물량이 상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도 4월을 가계대출 관리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를 포함한 서울과 수도권 주요 주거선호지역의 부동산 시장 동향과 지역별 4~5월 중 가계대출 증감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지난 9일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3월 부동산 규제 재시행 이전 활발하게 이뤄진 주택거래는 다소 시차를 두고 가계부채 통계에 반영되는 만큼 4월 이후가 향후 가계대출 관리에 있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서울과 수도권 중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으로의 풍선효과가 나타나는지를 면밀히 살피며 지역별 가계대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7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여는 가운데 가계부채 확대 흐름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 단행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효 등의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출렁이면서도 여전히 1400원대 아래로 내려오지 않고 있는 외환시장 변동성도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힘이 실리는 요소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