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G와 양자기술이 만들어낼 미래 도시 이미지. 신호등 없는 도로에서 6G 자율주행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차량 속도와 경로를 조정해 교통 체증과 사고를 없앤다. 양자컴퓨터는 빌딩 에너지를 최적화해 공급하며, 하늘에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가 운행된다. 지상 도로는 녹지와 보행자 중심 공간으로 재편된다. [제작: 마이크로소프트 빙]](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6/news-p.v1.20250416.396042e521c04d94a98c5f125fe203df_P1.jpg)

영화 ‘트랜센던스’에서 천재 과학자 윌 캐스터는 자신의 의식을 인공지능(AI)에 업로드해 디지털 존재로 변한다. 그는 의료·생체 복원 기술을 개발하고, 나노기술로 환경을 바꾸며 인간과 기술의 융합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러나 그의 존재는 인간성과 기술의 경계를 흐리며 예기치 못한 갈등을 유발한다. “진화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라는 그의 선언처럼, 기술의 진보는 단순한 발전이 아니라 도시, 공간, 그리고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우리는 지금, 그 변화의 문턱에 서 있다.
현재의 스마트시티는 AI, 사물인터넷(IoT), 디지털트윈을 활용해 교통과 에너지를 최적화하고, 실시간 데이터 분석으로 신호와 전력 사용을 조정한다. 그러나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 치중한 탓에 환경 변화에 즉각 대응하기 어렵고, 시스템 간 연계 부족과 보안 취약성, 기존 인프라의 스마트화 한계도 풀어야 할 과제다. 효율성은 높아졌지만, 실시간 대응력과 보안 측면에서는 부족함이 남아 있다.
6G는 스마트시티의 신경망이 될 것이다. 5G보다 최대 50배 빠른 속도와 10배 향상된 반응 속도를 바탕으로, AI 기반 초연결 네트워크가 센서와 기기를 실시간으로 연결한다. 이를 통해 자율적으로 네트워크를 최적화하고 교통·에너지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기존 스마트시티가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정책을 결정했다면, 6G 기반 도시는 실시간 예측과 자동 대응으로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한다.

양자컴퓨터는 스마트시티의 두뇌다. 기존 슈퍼컴퓨터가 수십 년 걸릴 계산을 몇 분, 혹은 몇 초 만에 처리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교통 예측, 에너지 관리, 재난 대응을 최적화할 수 있다.
실제로 구글의 양자컴퓨터가 기존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걸릴 것으로 추정된 문제를 200초 만에 해결했다. 이러한 연산 능력은 실시간 데이터 분석과 복잡한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양자암호 기술은 기존 암호체계를 뛰어넘는 보안을 제공해, 초연결 도시의 안전성을 높인다.
6G와 양자기술은 단계적으로 실용화될 전망이다. 6G는 현재 연구 단계이며, 주요국은 2026년 시험 서비스,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양자컴퓨팅도 2030년대 중반 실용화를 앞두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양자암호통신을 시험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이 스마트시티에 본격 적용되기 위해선 인프라 구축, 표준화, 보안 체계 마련이 필수다.
기술 발전과 함께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6G 시장은 2030년 39억 6000만 달러에서 2035년 686억 9000만 달러로, 연평균 76.9%의 고속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양자컴퓨팅 시장은 기관마다 전망에 차이가 있지만, 2030년 이후 126억~50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되며 본격 확산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성장은 초고속·초연결 통신, AI·클라우드 기술 확산, 보안 수요 증가가 주된 배경이다. 결과적으로 6G는 실시간 데이터 기반의 초연결 인프라를, 양자기술은 정밀한 예측과 강력한 보안을 통해 스마트시티의 혁신을 이끄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25년 2월, 세계 최초의 위상적 큐비트(topological qubit) 기반 양자 프로세서 ‘마요라나 1(Majorana 1)’을 공개했다. 손바닥 크기의 단일 칩에 이론적으로 최대 100만 큐비트까지 확장 가능한 설계이며, 현재는 8큐비트를 구현한 상태다. 양자컴퓨팅의 대규모 실현을 위한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출처 : 마이크로소프트]](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6/news-p.v1.20250416.ec230586c45748059743152217e52835_P1.jpg)
주요국들은 6G와 양자기술을 차세대 전략 산업으로 삼고 기술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2020년 ‘Next G Alliance’를 발족해 6G 기술의 북미 표준화를 추진 중이며, 유럽은 2021년 시작된 ‘Hexa-X’의 후속으로 2023년부터 ‘Hexa-X-II’를 통해 ‘AI 네이티브 6G’ 등 핵심 기술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양자컴퓨팅 분야에서는 구글, IBM, MS가 선도하고 있으며, MS는 2025년 2월, 위상적 큐비트를 적용한 양자 프로세서 ‘마요라나 1(Majorana 1)’을 공개했다. 현재 8큐비트를 구현했으며, 100만 큐비트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은 같은 해 3월, 105큐비트 초전도 양자컴퓨터 프로토타입 ‘주총즈 3.0’을 공개했다. 또 2016년 세계 최초로 양자암호통신 위성 ‘묵자호’를 발사해, 위성 기반 양자통신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6G는 국제 협력이 필수지만, 양자기술은 국가별 경쟁 구도가 더 뚜렷하다.
한국도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2026년까지 6G 개발에 6253억 원을 투자하고, 2027년에는 저궤도 위성통신 시험 발사를 계획 중이다. KT는 MWC 2025에서 위성과 성층권 비행체를 활용한 6G 네트워크 구축 방안을 발표하며 미래 통신 전략을 제시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2024년 12월, 6G 기반 초고속·초저지연 유선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원격회의, 협업, 수술 등의 분야에서 실효성을 입증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같은 해 1월, 국내 최초로 2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시연했다. 10월에는 SK텔레콤이 NIST의 최신 암호화 표준을 적용한 양자암호 시스템을 공개했으며, 이는 차세대 보안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한국의 행보는 분명히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2024년 12월, 6G 환경에서 원격회의, 협업, 원격 수술 등을 지원하는 핵심 유선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활용해 대전~부산 간 초실감, 지연 없는 원격회의를 시연하며 기술력을 검증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시연모습. [출처 : 한국전자통신연구원]](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6/news-p.v1.20250416.ec9557fc3f11429299405b1e13725474_P1.jpg)
6G와 양자기술이 스마트시티에서 현실화되기 위해선 몇 가지 과제를 넘어야 한다. 첫째, 국제 표준화가 필수다. 각국이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면서 상호 운용성이 부족해졌고, 표준화 없이는 원활한 상용화가 어렵다. 둘째, 네트워크 구축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민간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셋째, 보안도 핵심 과제다. 6G는 양자암호 기술로 보안을 강화할 수 있지만, 양자컴퓨터가 발전하면 기존 인터넷 보안 체계가 무력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를 대비해 더 강력한 암호 기술(PQC)과 해킹이 불가능한 통신 방식(QKD) 개발이 필수다. 넷째, 전문 인력 양성이 관건이다. 대학, 연구기관, 기업이 협력해 6G·양자기술 분야의 핵심 인재를 체계적으로 키워야 한다.
아침이 되면 도시가 깨어난다. 출근길, 신호등 없는 도로 위 차량들이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자연스럽게 흐른다. 6G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속도와 경로를 조정해 교통 체증도, 사고도 없다. 빌딩 곳곳의 센서는 도시의 ‘감각 기관’처럼 데이터를 수집하고, 양자컴퓨터는 이를 분석해 필요한 곳에만 에너지를 공급한다. 스마트 빌딩은 자동으로 온도와 조명을 조절하고, 인구 밀도에 따라 냉각 쉼터와 AI 조명을 가동한다. 하늘 위로는 UAM이 건물 옥상과 주요 거점을 오가고, 지상 도로는 녹지와 보행자 중심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주말, 한 시민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말한다. “도시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놀라워요.”
앨런 케이(Alan Kay)는 말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발명하는 것이다.” 6G와 양자기술은 단순한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도시의 개념 자체를 재정의할 혁신이다. 산업혁명이 도시의 ‘형태’를 바꿨다면, 데이터 혁명은 도시의 ‘지능’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기술만으로 완벽한 도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프라 구축, 국제 표준화, 양자컴퓨팅의 실용화, 인재 양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결국 미래 도시는 기술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6G와 양자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예측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그 변화를 우리가 설계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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