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이미선 임기종료 앞 불안감

박찬대 “헌재, 바로 기일 지정하라”

馬 임명 않는 韓엔 “당장 만나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 선고일을 지정하지 않으면서 정국이 여전히 안갯속에 갇힌 가운데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앞에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 선고일을 지정하지 않으면서 정국이 여전히 안갯속에 갇힌 가운데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앞에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지정하지 않고 있는 헌법재판소를 향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두 명(문형배·이미선)의 헌법재판관 임기가 끝나는 내달 18일 전까지 선고일이 정해지지 않거나, 기각·각하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되면서다.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당장의 사법리스크는 상당 부분 덜어냈지만 윤 대통령이 파면을 면해 조기대선이 치러지지 않으면 이 역시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는 초조한 분위기도 읽힌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대전 당사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헌재를 향해 “오늘 바로 선고기일 지정부터 하라”라고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헌재는 언제까지 헌법수호 책임을 회피할 작정인가. 헌법재판관들 눈에는 나라가 시시각각 망해가는 게 보이지 않는지 묻고 싶다”라며 “온 국민이 윤석열의 불법 친위쿠데타를 목격했고,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다 아는데 그렇게까지 숙고할 게 많은지 국민들은 정말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헌정질서가 완전히 무너지고 나라가 회생 불가 상태로 빠진 다음에 결정할 생각인가”라며 “좌고우면하지 말고 오직 헌법과 상식에 따라 판결하면 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지 말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는 “헌정질서 수호를 위한 회동”을 제안했다. 그는 “국가 정상화는 시급을 다투는 중대한 과제”라며 “오늘 중에라도 당장 만날 것을 요청한다. 한 총리의 긍정적인 답변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에게는 한 권한대행의 마 후보자 임명이 절실한 상황이다. 헌법재판관 두 명의 임기가 끝나는 4월 18일까지 헌재의 선고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민주당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것과, 한 권한대행에 대한 재탄핵을 거론하는 것도 마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민주당 지도부는 최고위를 비롯한 당 공식 회의에서 헌재와 한 권한대행을 향한 날 선 발언을 거듭 내놓고 있다. 아울러 상임위 소속 의원별로 조를 짜 헌재 앞에 모이는 기자회견도 매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씩 이어가는 중이다. 이날 오전에는 외교통일·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헌재를 찾았다. 민주당 지도부는 천막당사가 있는 광화문에서 진행되는 장외집회 투쟁 방식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윤 대통령이 파면될 때까지 의원 전원이 텐트를 치고 철야농성을 벌이는 등의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선 헌재의 선고와 상관없이 윤 대통령을 파면에 이르게 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말들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 임기단축 내용을 담은 개헌안을 통과시켜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전날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개헌을 통해 국민투표로 파면할 수 있다”라며 “지금 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개헌을 곧장 추진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지만, 민주당의 불안한 심리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y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