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8년부터 상속세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금까지는 상속 재산 전체에 대해 누진 세율을 적용해 고율의 세금을 부과했지만, 앞으로는 유족이 개별적으로 받은 만큼만 세금을 내게 된다. 상속세법이 도입된 지 75년 만의 중대 변화로 과세 형평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개편이라 할 수 있다.
현재의 상속세는 상속인이 실제로 부담할 수 있는 능력과 관계없이 상속 재산 전체에 대해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구조로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는 세금의 기본 원칙인 ‘응능부담’에 부합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증여세와도 형평성이 맞지 않다. 이번 개편은 인적 공제를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자녀 공제를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배우자 공제를 10억원에서 10억원 이상으로 전액 공제할 수 있게 해 세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예를 들어, 20억원의 재산을 배우자와 자녀들이 나누어 받을 경우, 자녀는 각각 5억원을, 배우자는 10억원을 상속받아도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게 된다. 그 동안 자산이 크게 불어난 점을 반영한 것이다. 중산층 가정에 실질적인 혜택을 줄 뿐만 아니라, 다자녀 가구에 유리한 세 구조로 출산율 제고와 같은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야당은 정부 개편안에 대해, 100억원 이상의 자산가들에게만 유리한 “부자감세”라며 비판적 입장이다. 고액 자산가가 더 혜택을 볼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이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기업을 접거나 매각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꼭 그렇게만 볼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가업 승계의 어려움으로 막대한 조세 부담을 꼽고 있는 점을 따져봐야 한다. 결국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밖에 없다. 지속가능한 기업 승계가 가능해야 기업들이 본업에 충실할 수 있다.
이참에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최고 수준으로 50%에 달하는 ‘징벌적 최고세율’ 역시 손봐야 한다. 주주 할증까지 붙으면 최고 60%까지 늘어난다. 앞서 정부는 최고세율 인하(40%), 최대주주 할증 폐지를 제시했지만 이번에는 빠졌다.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는 게 경제활력을 높이는 데도 바람직하다.
다만, 유산취득세 도입으로 인한 세수 감소는 부담이다. 세수가 연평균 2조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 않아도 써야 할 곳은 늘어나는데 매년 세수 부족분은 커지고 있다.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세수 보충이나 확대를 위한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속세가 ‘부를 처벌하는 세금’이 아닌, 공정한 부의 이전이라는 취지에 맞게 작동하는 것이다.
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