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통계청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쉬었음’이라고 답한 청년층(15~29세)이 작년 41만1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2.3% 급증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44만8000명)을 제외하면 역대 두번째로 많다. 전체 청년 중에선 5.3%로 역대 최대치다.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취업이나 진학 준비를 하지 않고 ‘그냥 쉰다’고 답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이들이다. 질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중견·대기업과 공공기관의 채용 지표도 나빠졌다. 청년고용의 악화는 성(性)·계층·세대 간 갈등의 불씨가 된다는 점에서 개선과 해결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중견·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300인 이상 대형 사업체의 작년 월평균 취업자는 314만6000만명으로 전년보다 5만8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폭이 2018년 5만명을 기록한 이래 6년 만에 가장 작다. 고용 안정성으로 선호도가 높은 공공기관 신규 일자리도 줄었다. 작년 399개 공공기관이 신규 채용한 일반정규직은 1만9920명으로 2019년(4만116명) 이후 5년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특히 신규 일반정규직 중 청년 비중은 82.5%(1만6429명)으로 2020년(74.8%) 이후 4년만에 가장 낮았다. 정부의 작년 공공기관 신규 채용 목표는 청년 2만명을 포함한 2만4000명이었으니 한참 못 미친 실적이다.
경기 침체와 경제성장의 둔화가 전체 고용 악화를 가져온 근본적인 이유다. 작년 수출은 큰 호조세를 보였지만, 고용유발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반도체 산업이 주력이었던 탓에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대기업·제조업 고용 시장 확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여기에 더해 민간·공공 모두 당장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했기 때문에 청년층은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이는 좁아진 취업문에서 청년들끼리 한층 격화된 경쟁을 벌여야 할 뿐 아니라, 숙련 기성세대와는 ‘기울어진 고용 시장’에서 구직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년 고용의 악화는 남성들의 병역 의무와 성평등정책을 매개로 한 젠더 갈등, 기성세대와 일자리·주택·연금 등 자원 배분을 둘러싼 세대갈등의 원인이 된다. 또 작년 ‘쉬었음’ 청년 중 고졸 이하는 57.6% 대졸 이상은 42.4%으로 나타났는데 학력·지역·계층 간 갈등도 청년 고용 문제로 더 나빠질 수 있다. 문제는 탄핵 정국과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고용 시장 전망은 올해 더 어둡다는 것인데, 단편·단기적인 청년 취업 지원만으로는 유의미한 대책이 될 수 없다. 청년 고용의 양과 질을 개선하는데 더 많은 국가적 역량과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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