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2024 NHL 스탠리 컵 챔피언 플로리다 팬더스 하키팀을 기리는 기념식에 참여해 연설하고 있다. [EPA]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2024 NHL 스탠리 컵 챔피언 플로리다 팬더스 하키팀을 기리는 기념식에 참여해 연설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한달여만에 연일 백악관발 대형 뉴스가 타전되고 있다. 전임자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불과 한달여만에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야외 유세장에서 총격 피습을 당하고도 주먹을 불끈 쥔 모습으로 ‘스트롱맨’의 재림을 예고한 데 이어 취임 직후에는 멕시코, 캐나다, 중국 등에 당당히 관세를 부과하며 ‘관세맨’의 부활을 알렸다.

뿐만 아니다. 그린란드 편입, 파나마 운하 운영권 탈환, 가자지구 점령 등 과거 미국으로선 꿈도 꾸지 못할 일을 주저 없이 발설하면서 노골적인 팽창 야욕을 드러내는 ‘매드맨’의 왕림까지 시사한다.

유세 중 총기 피습에도 주먹 휘두른 ‘스트롱맨’

지난해 7월 13일(현지시각)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가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집회 도중 총격 피습으로 오른쪽 귀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불끈 쥔 주먹을 흔들며 “싸우자”고 외치고 있다. [AP}
지난해 7월 13일(현지시각)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가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집회 도중 총격 피습으로 오른쪽 귀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불끈 쥔 주먹을 흔들며 “싸우자”고 외치고 있다. [AP}

2024년 7월 13일 오후 6시 11분경 미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농장 박람회장에서 갑자기 총성이 여러 발 울렸다.

‘총기 자유화 국가’ 미국에서도 이러한 공공 장소에서 총을 쏘는 행위는 테러다. 하물며 그 자리에 미국 대통령이 있었다면, 전 세계가 놀랄 대사건이다.

그런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다. 전 세계는 얼어붙었다. 차기 대통령 1순위 후보의 귀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피를 흘리는 그 후보는 나이가 77세의 노령임에도 불구하고 꼿꼿함을 유지한 채 하늘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며 항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7월 13일 미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농장 박람회장에서 유세 중 총격 피습을 받아 대피하고 있다. 그의 오른쪽 귀에 선혈이 선명하다.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7월 13일 미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농장 박람회장에서 유세 중 총격 피습을 받아 대피하고 있다. 그의 오른쪽 귀에 선혈이 선명하다. [AP]

일부 세계 시민들은 그 장면을 본 순간 그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감했다. ‘스트롱맨’의 탄생이었다.

사건 현장에는 컨트리 가수 리 그린우드(83)가 작사 작곡한 노래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God Bless the USA)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이 노래는 트럼프가 참가하는 중요 행사에서 주로 연주되는 애국가요로, 공화당 비공식 당가다.

연단에 오른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 문제를 거론하며 “(국경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 번 보라”면서 “아마 2000만명,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한 번 보라”고 말하던 찰나 오른쪽 귀를 만진 뒤 반사적으로 몸을 숙였다.

경호원들이 단상으로 뛰어올랐고, 트럼프 당시 후보는 “내 신발 좀 챙길게요”라며 신발을 신었고, 경호원들은 “움직여! 움직여!”라고 소리를 질렀다. 군중들 사이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듯 비명이 들렸다.

총성이 멈추고 오른쪽 귀와 뺨에 피가 묻은 트럼프가 일어서서 청중을 향해 주먹을 힘껏 치켜들며 “싸우자”고 외치자 청중 사이에서는 격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그는 즉시 경호원들을 따라 퇴장해 오후 6시 14분 차량에 탑승해 현장을 벗어났다.

이 사건으로 트럼프를 암살하려던 용의자 토머스 매튜 크룩스(20)가 현장에서 사살됐고, 유세에 참가 중이던 지역 전직 의용소방대장 코리 콤페라토레가 머리에 유탄을 맞아 사망했다. 그외 유세장 참가자 2명이 중상을 입었다.

1987년 사비로 신문광고 내 관세 옹호한 ‘관세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또한 미국에 보복관세를 맞부과하며 무역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사진은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또한 미국에 보복관세를 맞부과하며 무역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사진은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FP]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는 유세 기간 내내 ‘관세’라는 단어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말하고 다녔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에 이렇게 집착하게 된 배경에 대해 지난 3일(현지시간) “부동산업 기업가 출신으로 국가 경제를 기업 운영과 같은 것으로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무역적자에 대한 깊은 집착이 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트럼프와 그의 이념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충성파들에게 무역적자의 원인은 지나친 강달러와 과도한 정부부채가 아니라 악의적인 무역 상대국의 잘못일 수밖에 없다”면서 “이들에게 관세는 경제적 논리가 아닌 경제적 신념의 문제”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 입문 전부터 미국의 만성적인 무역적자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갖고 있었다. 미국의 무역흑자는 1975년이 마지막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1987년 일간지 3곳에 사비로 낸 전면 광고에서 “동맹국들이 미국의 보호 아래 무역 흑자를 내는 부유한 국가가 됐다”며 이들에게 관세를 부과할 필요성을 주장했다.

2017년 대통령에 처음 당선된 직후에는 “미국이 무역적자로 약탈당하지 않게 하겠다”며 주요 무역 상대국과의 무역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관세를 부과하며 대대적인 무역전쟁을 일으켰다.

그는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최고의 수단으로 관세를 든다. 트럼프의 책사인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단순한 징벌 수단이 아니라 수익 창출원”이라며 “극장이나 경기장에서처럼 미국이라는 프리미엄 좌석에 앉으려면 돈을 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2기 출범 직후 그는 인접국인 캐나다와 멕시코, 글로벌 헤게모니 최대 경쟁자인 중국에 대해 1차로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관세를 부과하면서 캐나다와 멕시코에게는 불법 이민자 문제와 미국에 불법 반입되는 펜타닐 등 마약류 단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관세로 불법 이민자 문제와 마약 유통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 방침을 1개월 유예했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예정대로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즉각 반발하며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에 15%의 관세를 부과해 양국간 무역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가자지구도 美 소유·점령”…‘미치광이’ 전략으로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목적 관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고 있다.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고 있다. [AP]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일부터 캐나다, 멕시코를 상대로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뒤 이틀 만인 3일 이를 전격 유예했다.

세계는 관세 부과 발표에 한 번 놀랐다가 이틀 만의 유예 발표에 또 한 번 술렁였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관세를 무기로 휘두르는 ‘미치광이 전략’은 트럼프 집권 1기에서도 빛을 발한 바 있다.

외교에 있어 ‘미치광이 전략’은 자신을 미치광이인 것처럼 보이도록 해 상대에게 공포를 유발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전략이다.

‘나는 예측불가하고 비이성적이고 앞뒤 계산 없이 무모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상대에게 심어 목적을 관철하는 것이다.

이는 냉전 시대 리처드 닉슨 당시 미 대통령이 북베트남을 배후 지원하는 소련을 상대로 구사한 전략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고, 파나마 운하에 대해서도 미국이 운영권을 되찾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EPA]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EPA]

또한 그는 4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백악관에서 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를 미국이 점령하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팔레스타인인은 가자지구에서 다른 지역으로 영구적으로 옮기고 미국이 장기간 관리·개발한다는 구상을 제시하면서 “우리는 가자지구를 소유할 것”이라며 “중동의 리비에라(프랑스의 지중해 연안 관광·휴양지)!”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가자지구를 소유할 것이며 현장의 모든 위험한 불발탄과 다른 무기의 해체를 책임지고, 부지를 평탄하게 하고, 파괴된 건물을 철거하고,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와 주거를 무한정으로 공급하는 경제 발전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자지구를 개발하면 ‘중동의 리비에라’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자지구에 미군을 보낼 것이냐는 질문에 “필요하다면 우리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도발적이고, 흥미롭고, 터무니없으며 모욕적이기까지 하다.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 참여하고 있다.[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 참여하고 있다.[로이터]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정학적 맥락을 고려할 때 중동 국가들의 분노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며 “가자 주민들은 자신의 땅에 머물기를 원하며, 중동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추방을 막기 위해 토지 양도에 격렬하게 반대해 왔다”고 전했다.

실제 이스라엘에 노골적으로 친화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이날 더 선명해지자 중동 아랍국가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아랍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즉각 성명을 내고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주장하며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이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집트·요르단·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주변 5개국은 지난 1일 외교장관 공동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주민 이주 구상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도 ‘매드맨’ 전략과 유사한 방식을 활용한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거론하며 ‘그를 만나는 건 영광’이라고 발언하면서도 ‘리틀 로켓맨’ 등의 표현으로 조롱하며 북한을 혼란스럽게 한 것이다.

당시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협상 전략은 극단적 입장을 취했다가 한순간에 방향을 바꾸는 것”이라며 “그가 매드맨 이론에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2018년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과정에서도 그의 매드맨 전략은 드러났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재협상에 소극적인 한국 정부를 향해 ‘재협상이 아니라면 FTA를 종료하길 원한다’며 압박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실무진에게 “그들(한국인들)에게 이 사람이 너무 미쳐서 지금 당장이라도 손을 뗄 수 있다고 말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미 언론 보도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번 멕시코와 캐나다를 겨냥한 관세 공격을 통해서도 인접국의 국경 단속, 펜타닐 반입 차단 등의 약속을 얻어내며 유예를 선언, 그가 얻고자 한 바를 결국 관철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장기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맥스 부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당시 북한, 이란, 중국 등의 나라들에 이런 매드맨 이론을 적용하려고 노력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며 이번 임기에도 이 전략이 통할지는 회의적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