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된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방법원 청사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해 폭동을 일으켰다. 시설과 집기를 파괴하고 경찰을 폭행하는 등 폭도들의 습격과 점거 난동이 실시간 중계됐다. 무장 계엄군이 국회에 난입했던 12·3 사태에 이어 국민들은 두 눈을 의심케 하는 충격적 장면을 다시 목도해야 했다.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는, 사법체제에 대한 부정이자 법치주의에 대한 테러다. 무관용 엄벌해야 할 뿐 아니라, 폭력의 씨를 뿌린 것은 누구인지 정치권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윤 대통령이 단행했던 비상계엄 사태는 선포권자의 탄핵소추와 법정 구속으로 일단락되고, 검찰 기소 및 사법부 재판, 헌법재판소 심판 단계로 넘어갔다. 그러나 계엄 선포에서 대통령 구속까지 47일간 매 법적 절차마다 국민을 떨게 만들고 사회를 흔든 것은 민주주의 붕괴 우려 뿐 아니라 ‘물리적 폭력’의 원초적 공포였다. 계엄 해제를 의결하려는 국회에는 헬기와 대규모 무장병력이 투입됐고,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은 대통령경호처가 막아섰다. 급기야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라 할 수 있는 법원이 폭도들에 의해 침탈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자 중대한 도전”이라며 “엄중한 법적 책임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상상조차 어려운 불법 폭력 사태”라며 경찰의 엄정 수사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구속영장에 대해 “법치가 죽고 법 양심이 사라졌다”며 “엉터리”라고 반발했다. 지지자들에 대해선 “억울하고 분노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나 평화적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체제를 부정하고 유린하는 분노가 ‘이해될만한 것’인지 스스로 따져 물어야 한다. 공수처의 수사와 법원의 영장에 불응하는 대통령측 행위가 지지자를 자극한 것은 아닌지 자성해야 한다. 여당은 “폭력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도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언론이 국정 혼란을 조장하고 갈등을 키워 정치적인 동력으로 삼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야당은 “이 모든 사태의 근본적 책임은 윤석열에 있고, 국민의힘도 큰 책임이 있다”고 했다. 심지어 최 권한대행에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서부지법 난입 사태나 법원 판결은 정쟁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여야는 명심해야 한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윤 대통령의 사법 불복과 이에 편승한 일부 극렬지지자들에 있으나, 근본적으론 여야 정치권이 부추겨온 분열 정치에 있다. ‘지지율 놀음’에 빠져 극단세력을 선동하는 정치야말로 민주주의 체제를 잠식하는 ‘망국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