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국내에 24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3조9000억원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로, 침체된 내수 경기와 제조업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있는 데 나온 정의선 회장의 ‘통큰 투자’는 신년메시지에서 강조한, 위기에 주눅들지 않고 헤쳐나가는 의지를 담은 실천적 리더십이라 할 만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환경 변화와 정국 불확실성 속에서도 선도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밝힌 점은 의미가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3월 국내에서 향후 3년(2024~2026년)간 총 68조원을 투자하고 8만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이번 투자는 그 연장선으로 주로 차세대 제품 개발, 핵심 신기술 선점, 소프트웨어화(SDV) 가속 등 미래 신사업에 치중해 있다. 무엇보다 투자액의 절반 가량에 해당하는 11조5000억원을 연구개발(R&D)에 배당한 것이 눈에 띈다.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강력한 의지로 현 상황을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고 본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해 글로벌 톱3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올해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글로벌 보호 무역 기조 강화, 내수 시장 침체 등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트럼프 2기 관세 압박, 일본 혼다와 닛산의 합병 등 변수가 한 둘이 아니다.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미국 조지아주에 18조원이 넘는 전기차 공장과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에서의 생산시설 확충 등은 그 일환이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침체된 내수 시장을 살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현대차의 국내 투자는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 부품, 건설 등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클 뿐 아니라, 고용 창출과 내수 경기 활성화에도 직접적 도움이 된다.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국내외 상황에 대기업 10곳 중 7곳이 올해 투자 계획이 없거나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얼어붙은 투자심리가 이를 계기로 회복되길 기대하는 마음이 크다.
투자가 성과를 내려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신기술 개발과 산업 혁신에 걸림돌이 되는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등 새로운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세제 혜택도 적시에 이뤄져야 한다. 기업의 투자 온기가 관련 산업 뿐 아니라 내수 회복에 골고루 전해질 수 있도록 충분히 뒷받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