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째 한밤에도 폭염지속 잠못이루고 시민들 한강변으로 공연·영화제등 문화행사 풍성 일부선 이열치열 운동 인파도

[헤럴드경제]며칠전 밤 11시, 터널을 지나 한강변으로 향했다. 짧은 터널을 사이에 두고 도심과 한강변의 풍경은 확연히 달랐다. 한강은 사람들로 붐벼 오히려 더 덥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오후 11시가 넘었지만, 사람들은 좀처럼 한강을 떠나지 못했다. 돗자리를 깔고 잠을 청하고 있는 노인들도 눈에 띈다. 일주일 가까이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더위를 참지 못한 시민들은 밖으로 나왔다.

한강변 잔디밭에 자리를 잡자마자 좀처럼 듣기 어려웠던 ‘아이스께끼’란 말이 들려온다. 넓은 잔디밭에 앉은 수백 명의 피서객 사이로 아이스박스를 든 아이스크림 장수가 지나간다. 큰 가방을 어깨에 들쳐멨지만, 아이스크림이 다 떨어졌는지 이따금 주차장으로 향했다. 아이스크림 장수 조모(34) 씨는 늦은 밤 한강에서 장사할 때가 가장 수입이 좋다고 했다. 조 씨는 “낮에는 어린이대공원 등을 돌아다니지만, 한강만큼 장사가 잘되는 곳이 없다”며 “개당 1000원에 팔고 있는데 벌써 물건이 다 떨어져서 내일은 더 많이 준비할 예정”이라고 했다.

실제로 늦은 밤까지 한강에 남아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아이스크림이나 맥주, 음료수를 손에 들고 있었다. 잔디밭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술판이 벌어지는 곳도 많았고, 편의점 앞은 손님들이 몰려 대기 줄까지 생겼다.

이날 서울의 밤 최저기온은 27℃, 습도는 88%였다. 25도만 넘어도 열대야로 분류되지만, 저녁 사이에 낀 비구름 때문에 습도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습도가 높아지자 체감 온도는 훨씬 높아졌고, 사람들은 더위를 참지 못하고 강바람을 찾아 한강변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모이자 한강변은 문화공간으로 변했다. 시민공원 한쪽에서는 앰프와 악기를 들고나온 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졌고, 청담대교 아래에서는 ‘한강 다리 밑 영화제’까지 열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수백 명이 넘는 관람객들로 영화제는 성황리에 끝났고, 밤늦게까지 공연하는 가수들 주위로 사람들이 몰렸다.

영화제에 참가한 김모(23ㆍ여) 씨는 “비가 와서 시원할 거라고 했는데 근래 들어 가장 더운 밤인 것 같다”며 “집에 있는 것보다 강바람 맞으며 맥주도 마시고 영화도 보니 훨씬 좋다”고 했다. 영화 진행 관계자 역시 “낮까지도 밤에 장맛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행사를 취소해야 하나 고민했다”며 “막상 비는 오지 않고 열대야 때문에 평소보다도 관객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열대야가 심해지자 오히려 ‘이열치열’로 밤 운동에 나서는 사람들도 생겼다. 청담대교 옆에 마련된 암벽 등반장에는 12시가 넘어서까지 암벽등반을 하는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암벽등반에 참여했던 허모(27) 씨는 “밤에 잠도 안오고 주말을 맞아 야간 암벽등반에 도전했다”며 “너무 더워서 차라리 운동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 동호회원들과 함께 나왔다”고 했다.

그러나 사람이 많이 모이면서 말썽이 생기는 경우도 있었다. 오전 1시가 넘어가자 한강변에서 술에 취한 사람들의 고성 소리가 들리기도 했고, 이따금 경찰이 찾아와 현장을 정리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 지구대 관계자는 “열대야 때문에 한강에 사람이 많아지고 술을 마시는 사람이 늘어나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그래도 한강변은 조명도 밝고 안전해 말썽은 거의 없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