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리는 눈을 비벼가며 스마트폰의 화면을 주시했다. 붉은 점으로 표시된 곳과 푸른 점이 정확히 일치하고 있었다. 붉은 점은 유호성이 머무는 위치이고 푸른 점은 본인이 당도한 곳을 나타내고 있었으므로 유호성은 이 근처 어디엔가 분명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커피점이라든지 술집 등등, 유호성이 저녁나절 여흥을 보낼 만한 장소는 눈에 띄지 않았다. 주위에는 철옹성 같은 담장이 둘러져 있을 뿐이었다. 눈을 뒤집어 떠봐도 이 지역은 고급주택가일 뿐이었다.

전화를 걸어볼까? 하다가, 그냥 때려치우고 집으로 되돌아갈까? 하다가, 내친 김에 좀 더 샅샅이 뒤져볼까? 하다가… 아버지 강준호에게 구원 요청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를 테면 기계의 정확성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무리 인공위성에서 찍어 보낸 정보라 해도 헛다리를 짚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아빠, 스마트폰의 친구 찾기 앱을 열어놓았는데… 유호성이 없어요.”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게냐?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봐.”

“그러니까 스마트폰에 찍힌 빨간 점이 유호성이고요, 나는 지금 그 빨간 점 위치에 와 있다고요. 그런데 주위엔 두 길 높이의 담장밖엔 없단 말이에요. 아무래도 전화기를 새로 장만해야 할까봐.”

그녀는 거의 울음에 가까운 목소리로 투정을 부렸다. 그런데 잠잠히 듣고 있던 강준호가 느닷없이 혀를 끌끌 차는 것이 아닌가.

“쯧쯧, 그 녀석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구나. 떡을 할 놈 같으니….”

“왜 그래요, 아빠? 뭐 짚이는 거라도 있어요?”

“정중동이란 말이 있잖니? 겉은 고요함으로 위장해 놓고 막상 그 속에서는 난리브루스를 추는 곳이 그 근처에 있다는 뜻이야.”

“조중동?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말이에요?”

“이런, 무식한 것 같으니… 그 근처 어딘가에 요정이 있을 것이고, 그 요정 안에서 유호성이란 놈이 술을 퍼 마시고 있을 것이란 말이다.”

“어머나, 어머나… 그게 사실이에요? 그리고… 요정이란 곳이 이렇게 큰 저택처럼 위장되어 있단 말이에요?”

“미안하지만 대부분의 사내놈들 노는 꼴이 그렇단다. 더구나 유호성은 돈 있겠다, 인물 잘났겠다… 요정 드나들기를 쥐새끼 풀 방구리 드나들듯 하겠지.”

“요정이라면… 기생들이 술좌석에 나오는 그런… 내 이 작자를 그냥!”

딸그닥! 전화 끊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그 순간 강준호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유호성이 요정엘 다니든 말든, 도서관에서 밤샘공부를 하든 말든, 강유리가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던 것이다.

‘혹시 이것들이 벌써….’

어쨌거나, 강유리는 고래 등 같은 저택마다 문을 슬쩍슬쩍 열어보며 요정이란 술집을 찾기 시작했다. 해운대 백사장에서 바늘도 찾아내는 세상에 스마트폰의 친구 찾기 프로그램을 가동한 그녀가 어찌 요정 따위를 찾아내지 못하려고?

“여기, 아무도 안 계세요?”

그녀는 불과 5분도 지나지 않아서 유호성이 주접을 떨고 있는 바로 그 요정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지그시 열린 문틈으로 넓은 주차장이 드러났고, 그 안에 메르세데스 벤츠 600을 비롯한 고급 승용차들이 줄줄이 들어차 있는 곳. 딱이군, 딱이야! 여기가 요정이로군.

고급 모피코트를 몸에 두른 늘씬한 여인이 내실로 향하는 문틈으로 고개를 들이밀자 오히려 당황한 쪽은 요정의 종업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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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