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서 못 듣거나 듣지 않을 순 있다. 그러나 일단 한 번 찾아 들은 이상 끊을 수가 없다. 가슴 속 밑바닥을 얼마나 박박 긁어모으면 이런 목소리가 나올까. 즐거울 땐 까맣게 잊어버리다가도, 울적할 때면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목소리다. 강허달림의 목소리가 그러하다. 연말 공연을 앞둔 ‘블루스 디바’ 강허달림(38)을 홍대 인근 주점에서 만났다.
강허달림은 오는 28일 오후 8시 서울 장충동 스테이지팩토리홀에서 ‘소리, 그녀가 되다’란 타이틀로 공연을 펼친다. 단 하루 140석 규모로 펼쳐지는 조촐한 공연이다. 강허달림은 이번 공연을 ‘초심으로 되돌아가기 위한 공연’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가수라면 누구나 큰 인기를 누리길 원한다. 지난 6월에 벌인 공연은 그런 욕심이 반영된 공연이었다”며 “당시 너무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는데, 이번엔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공연을 치러보고 싶어, 홀로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규모로 팬들과 밀착한 무대로 꾸며보려 한다”고 말했다.
강허달림은 아는 사람들은 너무 잘 알고, 모르는 사람들은 너무 모르는 블루스(Blues) 계의 대표 디바다. 블루스는 록과 알앤비 등 주류 팝의 토대인 뿌리 깊은 장르지만 국내에선 소외된 장르다. 강허달림의 음악은 설명의 편의상 가장 교집합이 많아 보이는 블루스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강허달림은 “뮤지션이 스스로 자신의 음악을 특정 장르로 규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특정 장르로 한정 짓지 말고 그저 ‘강허달림’ 음악으로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미는 장미란 단어 때문에 존재하나, 동시에 그 이미지는 화사한 아름다움으로 제한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미의 생태와 종류 등에 대해 무지하다. 장미란 단어가 장미 그 자체에 대한 이해를 방해하는 셈이다. 강허달림의 변은 그런 맥락으로 들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허달림의 음악이 블루스로 분류되는 이유는 그의 지난 삶 자체가 상당히 블루스적이기 때문이다. 블루스는 흑인 노예들의 고된 삶에서 비롯된 장르다. 전남 승주 산골에서 6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가수의 꿈을 안고 고교 졸업 후 무작정 상경해 회사 경리, 청소부, 접시닦이 등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며 음악에 매달렸던 강허달림의 지난한 삶도 블루스만큼 만만치 않았으니 말이다. 강허달림은 “꿈이 있었기 때문에 일이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며 “수많은 고된 경험들이 모두 지금의 목소리를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됐다”고 회상했다.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한다는 소문을 듣고 주점을 약속 장소로 잡았는데, 강허달림은 절주(節酒) 중이라며 술잔을 마다했다. 강허달림은 잔에 물을 채운 뒤 주당보다 더 주당 같은 표정으로 잔을 비우며 민망해하는 기자를 달랬다. 그는 금주(禁酒)가 아니라 절주라고 강조했다. 왜 절주를 하는가? 그 비밀은 28일 공연장에서 밝혀진다. 궁금하면 500원… 아니 공연장으로.
정진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