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피곤한데 비워 있는 정신을 채워줄 사상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차라리 종말이 라도 왔으면 좋겠다”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그릇된 종교가 기승을 부리게 만든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지금 ‘사교(邪敎)와의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대상은 종말론을 유포하고 있는 ‘전능신(全能神)’이라는 신흥종교다. ‘전능신’은 1989년 자오웨이산(趙維山)이란 남성이 창시해 현재 중국 전역에 지부를 두고 수백만의 신도를 거느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능신의 교리는 종말이 임박했고 이때가 되면 전능신을 믿는 사람만이 구원을 받게 된다는 게 핵심이다. 특히 이 집단은 전능신 통치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크고 붉은 용’(大紅龍·중국 공산당을 지칭)과 결전을 벌여 이 용을 멸절시켜야 한다며 공산당 타도까지 언급하고 있다.
공산당을 타도하자는 혁명적 발상의 종교라 중국 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연히 대대적인 검거에 나서 이미 전국 각지에서 1300여명의 신도를 잡아들였다. 중국에서 특정 집단이 사교로 몰려 이처럼 대규모로 체포된 것은 1999년 시작된 파룬궁(法輪功)에 대한 탄압 이후 처음이다. 중국 역사를 살펴보면 다양한 종교집단의 반란과 연관돼 왕조가 무너졌던 사례들이 많다. 후한(後漢) 말기의 혼란기를 틈타 도교에 뿌리를 둔 오두미교나 태평도 같은 신흥종교는 황건적의 난으로 이어졌고, 수호지에도 나오는 방랍의 난은 마니교를 배경으로 활동했다.
원나라 말기에는 백련교를 바탕으로 한 홍건적의 난이 발생했고, 1851년 홍수전이 ‘태평천국’ 건립을 표방하면서 일으킨 농민 반란인 태평천국의 난은 청나라를 멸망의 길로 접어들게 만들었다.
따라서 중국의 지배계층은 종교집단의 출현에 매우 민감했다. 1949년 탄생한 사회주의 국가인 신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 공산당은 종교조직에 대해서는 엄격한 단속을 벌이고 있다. ‘파룬궁’이 단적인 예다. 파룬궁 신도들이 보여준 연대와 결집의 힘이 공산당 지배체제를 위협한다고 보았기 때문에 지금도 철저하고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있다. 앞으로는 ‘전능신’이 파룬궁과 비슷한 운명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발본색원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반면 신도들의 저항 역시 거세질 것으로 우려된다.
부유한 중산층 사회를 뜻하는 ‘샤오캉(小康)’사회를 부르짖는 중국에서 종말론을 내건 사교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사회학자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한 병리현상”이라면서 “사회가 불안하고 투명하지 않을 때 종말론이 기승을 부린다”고 진단한다.
1979년 개혁·개방의 문을 연 이후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맛보았지만 극심한 소득격차가 발생했고 부정부패는 갈수록 만연해졌다. 중국의 소득불균형은 세계 최악 수준이다. 삶은 피곤한데 비워 있는 정신을 채워줄 사상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차라리 종말이라도 왔으면 좋겠다”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그릇된 종교가 기승을 부리게 만든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평등을 중시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부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중국이 갈수록 헐떡이는 공룡이 돼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금 중국에 필요한 것은 숲보다는 나무를 보는 결단이다. 그 역할을 시진핑(習近平) 새 지도부가 해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