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6집‘ 걸음걸이 주의보’낸 정원영
삭발 머리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정원영(52)이 2년 만에 6집 ‘걸음걸이 주의보’를 내놨다. 정원영 같은 연륜 있는 뮤지션이 계속 음반을 내놓는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이번 음반은 7곡의 피아노 연주곡과 밴드 편성의 노래 2곡을 포함한 3곡의 보컬곡으로 구성됐다. 피아노와 밴드음악을 사랑하는 뮤지션 정원영의 모습을 담았다.
그는 “평소 곡 쓰는 걸 좋아한다. 앨범을 내는 게 목표가 아니다. 만들어놓은 곡이 쌓이면 발표하고 싶어진다”면서 “예전에는 좀 더 완벽하게 음악으로 채우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공간이 있는 음악, 미니멀한 음악이다. 나이가 드니까 가사는 오히려 더 잘 써진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행복해졌어’ 등 이번에 발표한 곡들은 힐링음악에 가깝다. 정원영의 목소리와 연주는 겨울의 쓸쓸함과 외로움을 오가는 우리를 위한 따뜻한 선물이 될 것이다.
“이번 음악들은 1970년대 저한테 하는 얘기다. 70년대 청년기를 보낸 사람들이 불안정한 정치 상황 속에서도 꿈을 이루고자 살아왔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꿈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노래를 듣는 사람도 편안해지고 위안 받았으면 좋겠다.”
정원영은 보성고 2학년 때 음악을 하고 싶어 가출해 지방을 돌며 클럽에서 생활비를 벌었다. 고3 때 클럽에서 작곡가 겸 가수 이장희에게 픽업되기도 했다. 80년대에는 ‘석기시대’ ‘사랑과 평화’ ‘위대한 탄생’ 등의 키보디스트로 활동했고, 7년간의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 1993년 발매한 1집을 필두로 긱스, 정원영밴드 등 밴드 활동과 라디오 DJ, 영화음악 작업 등의 활동을 통해 한국 대중음악계에 한 획을 그은 한국의 대표적인 뮤지션이다. KBS ‘탑밴드’의 코치와 심사위원으로, 또 호원대 실용음악학과 교수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그는 김광민, 한상원과 함께 버클리음대에서 수학한 ‘버클리 1세대’다.
“중3 때 처음 음악은 밴드로 접했다. 비틀스와 레드 제플린 등 밴드음악만 들었다. 엘턴 존 음반은 안 샀다. 지금도 여전히 밴드음악이 좋다. 솔로와 밴드는 다르다. 밴드는 앰비언스와 소리의 공간감을 그려나갈 수 있다. 앙상블과 하모니도 신경 써야 한다.”
정원영은 나이가 들어도 사랑에 대한 곡을 쓸 것이라고 했다. “나이가 들면 암, 상조회, 독거노인 이런 얘기만 해야 되나. 나는 계속 사랑을 쓸 것이다.”
정원영은 교육자답게 음악교육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말했다. 수험생들이 하루에 10시간씩 미래에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실용음악과 입시는 4~5분 동안 다 보여주어야 하므로 상상보다는 기능에 매달린다. 연습만 하느라 비틀스와 밥 딜런 등의 음악을 많이 못 듣는다. 그러다 보니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애들이 더 나을 수 있다.” 정원영은 수업 중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나는 기능을 늘려줄 생각은 조금도 없다. 고민할 거리만 계속 줄 것이다.”
‘탑밴드’ 심사 때도 기타를 잘 친다든가, 드럼이 밀린다든가 하는 말보다는 진짜 좋아서 음악을 하고 있는지를 체크한다. 처음부터 기능적인 음악으로 시작하면 나중에 음악을 안 하게 되기 때문이다. “피아노와 드럼만 잘 치면 되는 게 아니다. 기능이 부족하더라도 상상력을 갖추고 창의적인 음악예술가가 되어야 한다. 버스커버스커는 부족하더라도 자기 색깔을 내고 있으니까 아주 좋다.” 중학교 때부터 좋아하던 것을 50대가 돼서도 계속할 수 있는 뮤지션 정원영 같은 사람이 가장 부럽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사진=박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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