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주지훈이 2007년 ‘마왕’ 이후 5년 만에 브라운관에 컴백했다. 그가 대중 앞에 들고 온 작품은 바로 ‘아내의 유혹’, ‘천사의 유혹’으로 일명 ‘막장’ 드라마 열풍을 불러일으킨 김순옥 작가의 ‘다섯 손가락’이었다.

하루라도 바람 잘 날 없는 드라마였지만, 주지훈의 연기는 가히 칭찬받을 만 했다. 그동안 자신의 오명을 말끔히 씻어내기라도 하듯 극중 지호에 완벽히 몰입했고, 복합적인 감정 연기 출중히 소화해냈다.

약 3개월간의 긴 여정을 마친 주지훈은 “이번엔 정말 여러 가지로 힘들었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그는 꾸밈없이 솔직하게 그동안의 회포라도 풀 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시청자들에게는 굉장히 친절한 드라마였어요. 대사량도 많고, 지난 방송분을 안 봐도 이해할 수 있는 드라마였죠. 시청자들의 의견에 따라서 대본 내용이 바뀌기도 했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없었어요. 전개가 너무 빨라서 다음 회가 예측이 안 될 정도였죠.”

파격소재, 출연 배우의 하차, 표절 시비 등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그러나 촬영장은 그렇지 않았다. 활기가 넘쳤고, 밝은 분위기 속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최영훈 감독님의 성격은 참 화통하세요. 그냥 ‘남자’세요.(웃음) 분위기가 좋으니 문제가 있더라도 신경을 많이 쓰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신경 쓸 만큼 시간도 없었죠. 하루에 두 시간 씩 자면서 대사를 외우는데 힘들어할 틈이 있을 리 없죠.”

극중 주지훈은 애절한 눈물 연기로 안방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쳤다. 빠른 전개와 복합적인 감정, 그리고 후회와 그리움의 눈물까지 그가 표현해야 할 것들은 너무나 많았다. 특히 그가 손을 움켜쥐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저는 그냥 그 상황에 집중해서 연기하는 편이에요. 가끔 눈물신을 찍을 때 죽은 강아지를 생각한다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게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드라마는 ‘가짜’지만 연기하는 사람이 그걸 ‘가짜’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모자지간으로 호흡을 맞춘 채시라에 대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연기를 잘 하는 분들과 연기하면 정말 편하거든요. 왜냐면 제가 굳이 감정을 만들지 않아도 되니까요. 채시라 선배는 정말 한 신도 놓지 않아요. 지나가는 신도 있고, 멀리서 잡는 풀샷도 있는데 그런 것 하나 하나 신경 쓰시는 분이에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저는 가끔씩은 편하게 놓을 때도 있거든요.(웃음) 채시라 선배의 연기를 보고 감탄사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그렇다면 로맨스 라인을 형성한 홍다미 역 진세연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주지훈은 “실제로 나와 무려 12살 차이다”라며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세연이는 다미 역과 너무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다미의 순수함을 정말 많이 닮았죠.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세연이가 아직 연애 경험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저랑 키스신을 처음 해보는 거였어요. 세연이는 가만히 있는데 저 혼자 열심히(?) 움직이니까 되게 보기 안 좋은 거예요. 원래 장면 역시 두 사람이 함께 하는 키스였는데 말이죠. 그래서 제가 ‘세연아, 손을 줘봐. 내가 이렇게 움직이면 너도 따라 와’라고 말을 해 줬죠. 그랬더니 굉장히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세연이는 다미처럼 약간 목석같은 캐릭터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만약 극중 지호와 다미처럼 집안의 반대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해야 한다면 주지훈의 선택은 어떨까. 이에 주지훈은 집안의 반대는 없었지만, 사랑했던 여자와 헤어졌던 경험을 털어놨다.

“굉장히 러블리하고 순수하고, 착한 친구가 있었어요. 그런데 만나다보니 자라온 환경이 달라서 그런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렇다고 해서 저는 마음에 안 드는 점을 지적하며 고치라고 말하지는 않거든요. 어떻게 보면 다 스타일이 다른 거잖아요. 그 친구는 저와는 달리 집에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랐더라고요. 너무 맞지 않으니, 어쩔 수 없더라고요.”

러브라인을 형성한 진세연과는 달리 지창욱과는 팽팽한 대립각을 세웠다. 하지만 두 사람은 실제로는 격 없이 친한 사이다.

“실제로 굉장히 친해요. 창욱이는 정말 센스가 있는 친구에요. 제가 이런 걸 평해도 되는 건 아니지만 그 또래 친구들 중 상층에 속한다고 생각해요. 연기할 때는 긴장도 하지 않고, 몸이 이완된 상태에서 잘 하더라고요.”

역시나 그는 주관이 뚜렷했고, 솔직했다. 누구에게나 거품 없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했다. 그의 인기비결 중 ‘솔직함’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전 전형적이지 않게 행동하려고 해요. 인터뷰를 할 때건, 팬들을 만나건 솔직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예전에 ‘궁’이 끝나고 팬들이 매일 찾아왔었는데, 대놓고 오지 말라고 했어요. 물론 제 신체적인 조건 때문에 인기가 가능하다는 것도 알고 있죠.(웃음) 개인적인 생각으로 연기자는 일상을 살아야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한테 좋은 연기를 보고 싶다면 내버려 두라고 말했죠. 팬들 역시 그런 점을 존중해주고요.”

긴 휴식기를 거쳐 올해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와 ‘다섯 손가락’으로 대중들을 찾았지만 큰 흥행 성적을 거두지는 못한 것이 사실이다.

“당연히 아쉽죠. 고생해서 만든만큼 많은 분들이 보시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아쉬워도 어쩌겠어요. 스스로도 제가 대배우가 아닌 걸 알고 있어요. 때문에 저 혼자 뭘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감독님과 상대 배우, 소품, 의상 등등 많은 것들로부터 도움을 많는 편이죠. 앞으로는 저 혼자서도 (흥행이) 될 수 있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할게요.(웃음)”

쉼 없이 달려온 만큼 당분간은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다시 당당한 모습으로 대중들 앞에 두각을 드러낸 주지훈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슈팀 양지원 기자 jwon04@/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