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이지형…3집‘ 청춘마끼아또’ 로 컴백
2장 CD엔 22곡 수록…러닝타임만 무려 101분 청춘의 열병·방황 담아낸 한편의 ‘장편 성장영화’
90년대 중반 밴드 ‘위퍼’로 홍대 인디신 역사의 첫장에 이름을 새겼던 싱어송라이터 이지형(34)이 3집 ‘청춘마끼아또’를 발표했다. 2008년 2집 ‘스펙트럼(Spectrum)’ 이후 4년 만의 정규 앨범이다. 서울 서교동 연습실에서 만난 이지형은 “4년간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무책임하게 놀았다”고 웃으며 “모든 것을 비우고 나니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음악의 길이 보였고 이번 앨범은 그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이지형은 이번 앨범을 더블 앨범(Double Album)으로 내놓았다. 더블 앨범은 밀리언셀러가 심심치 않게 나오던 90년대에도 컴필레이션 앨범이나 베스트 앨범 외엔 거의 없었던 형식이다. 하물며 지금은 디지털 싱글 몇 개로 간을 본 뒤 EP로 묶어 ‘앨범’이라고 생색을 내는 세상이다. 국내 솔로 뮤지션이 더블 앨범을 발표한 예는 전무후무하다.
2장의 CD엔 각각 11곡씩 총 22곡이 수록돼 있다. 러닝타임만도 무려 101분에 달하는 앨범은 마치 장편 성장영화를 방불케 한다.
‘청춘’이란 이름을 가진 첫 번째 CD는 ‘나이스 플라이트(Nice Flight)’, ‘청춘마끼아또’ 등 강렬한 밴드 사운드의 곡들로, ‘마끼아또’란 이름을 가진 두 번째 CD는 ‘병든 마음’ ‘아름다웠네’ 등 어쿠스틱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는 감성적인 곡들로 채워져 있다. 얼룩이란 의미를 가진 이탈리아어 ‘마끼아또(Macchiato)’처럼, 수록곡들은 저마다 청춘의 방황과 열병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 이지형은 “이 앨범은 얼마 전에 태어난 아들을 위한 앨범”이라며 “언젠가 청춘을 맞게 될 아이에게 아버지의 청춘을 어땠는지 솔직하게 보여주고 싶다”고 고백했다.
더 이상 청춘을 자처하기 어려워진 나이의 뮤지션이 청춘을 반추하는 이 앨범은 조용필 7집(1985)과 많이 닮아 있다. ‘어제 오늘 그리고’를 비롯해 ‘나의 노래’ ‘사랑하기 때문에’ ‘미지의 세계’ 등이 담긴 조용필 7집은 조용필의 역대 앨범 중 가장 젊음의 에너지로 넘친다. 조용필은 1997년 강헌 음악평론가와의 대담을 통해 “7집 제작 당시 젊은 나이는 아니었지만 젊음의 대변인이란 생각으로 곡들을 만들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당시 조용필의 나이는 35세로 현재의 이지형과 비슷했다. 이지형은 “20대엔 이해할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30대 중반에 이르니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또 세상살이에 적당히 경험치를 쌓은 남자로서 지난 20대를 뒤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이쯤에서 한 번쯤 청춘을 정리해 짚어보고 싶었다”고 제작의도를 설명했다.
수록곡 수만큼이나 두꺼운 속지엔 로모 카메라로 찍은 다양한 사진들이 실려 있다. 빛바랜 색감이 주는 아련함이 깊다. 이지형은 “로모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은 초점이 잘 맞지 않고 실험적인 느낌을 준다”며 “이러한 왜곡된 질감이 청춘의 얼룩진 모습을 닮은 것 같아 앨범에 담았다”고 전했다.
아직도 자신을 청춘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지형은 “나는 기분 좋게 청춘을 통과한 사람”이라며 “이제 새롭고 즐거운 또 다른 성장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여유를 보였다.
[사진제공=해피로봇레코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