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8회> 붉은 태양을 따라서 (7)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해마다 사고가 끊이지 않고 생겨나서 ‘죽음의 레이스’라고도 불리는 다카르 랠리의 경우엔 죽음이 예사롭게 여겨지기도 한다. 올해 즉, 2012년의 경우만 해도 랠리 첫날부터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아르헨티나 동부 도시 델 플라타에서 서부 도시 산타 로사드 라 팜파까지 달리기로 된 경기 초반 55km 구간에서 호르헤 마르티네스 보에로 선수가 전복사고로 목숨을 잃었던 것이다. 그의 나이 38세였으니 젊음도, 힘도, 패기도 모두 소용없었다.
지난 대회에서 중도에 기권한 바 있는 보에로 선수는 두 번째로 참가한 경기에서 목숨을 잃었지만, 다카르 랠리 전체로 본다면 벌써 21번째 희생자가 된 셈이다. 보름간에 걸쳐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를 관통하는 9,574km의 험난한 구간에서… 죽어나가기가 오히려 살아남기보다 자연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는 말이다.
원래 프랑스 파리와 다카르를 잇는 구간에서 개최되어 파리 – 다카르 랠리로 불렸던 이 대회에서는 테러 위협이 종종 이어지기도 했다. 그 까닭에 지난 2009년부터 지역을 바꾸어 남미에서 열리게 되었을 만큼 랠리 경기에 가해지는 위협은 상당했다.
하지만…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 선수에게 경기 조직위원회에서는 ‘선수의 가족과 그를 사랑했던 모든 이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한다.’는 말 외엔 더 이상의 위로를 해 줄 수도 없었다. 보에로 선수에게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를테면 N-Dos 단에서는 랠리 경기의 그런 속성을 충분히 이용하자는 뜻이었다.
“사막도 아니고… 구경꾼들이 나타날 수도 있는 노스 코리아 국도변에서 어떻게 거사를 감행하려고 하십니까?”
애초에 만년 대령이 북한에서의 거사를 결심했을 때, N-Dos 단원들은 이렇게 우려했다. 하지만 대령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단호히 대답했다.
“차라리 구경꾼들이 많은 곳에서 죽여 버리는 편이 더 낫지. 여러 사람들이 사고 현장을 목격하게 되면 의심받을 까닭이 전혀 없거든?”
“적재적소에서 사고를 내는 방법이 문제지요.”
“겨울철 경기라는 걸 감안해 봐. 노스 코리아의 12월 말 기온이 영하 20도를 오르내린다잖소? 게다가 강물을 끼고 산악지대를 달리는 경기이니 사고로 위장하기가 더욱 쉽지. 얼음판에 미끄러져서 벼랑으로 추락했다는데 더 이상 할 말이 있나?”
“그럼… 머신의 브레이크 계통에 미리 어떤 조치를 해 놓으란 말씀이십니까?”
“브레이크든 조향장치든… 적당한 때에 작동이 멈추도록 손을 쓰란 말이오. 자세한 건 후밍 박사와 의논하라고.”
거사는 이런 식으로 원격조정 되고 있었다. 비록 사하라 사막을 통과하거나 팜파스의 광활한 평원을 지나 해발 3,500미터를 넘나드는 산악을 통과하지는 않더라도, 이번 5개국 관통 랠리코스도 죽음의 경주란 평을 들을 수 있을 만한 험난한 코스였다.
“알겠습니다. 중국 창춘에서 개마고원을 타고 백두산을 거치는 코스가 적격 장소일 것이라는 보고서가 들어와 있습니다.”
“백두산 높이가 얼마야?”
“2,744미터입니다. 중국에서는 장백산으로 불리는 화산인데 이맘때쯤이면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답니다.”
“중국과 국경을 이룬다는 그 산이로군. 좋아! 박사들이 탑승한 거성의 랠리 카가 중국 국경을 넘어서 노스 코리아로 들어선 걸 확인한 뒤에 집행하도록!”
거성의 재벌2세 혼자서 품고 있던 비밀이 어떻게 새나간 것일까? 이번 랠리에 거성 재벌2세는 혹한기 자동차 성능개발을 위해 블루드라이브 기술 연구원들을 랠리에 직접 참여시키기로 했는데… N-Dos는 바로 그 점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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