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과학 수준, 세계적인 유태인 공동체, 실패를 용인하는 투자구조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총 인구 780만여명에 불과한 이스라엘은 창업기업, 이른바 스타트업(start up)의 천국이다. ▷4800여개의 스타트업 ▷이들을 지원하는 765개 벤처캐피탈 ▷전체 고용중 10.2%와 수출의 절반. 미국을 제외하면 가장 큰 벤처 생태계로 손꼽히는 이스라엘의 비결은 무엇일까.

중소기업청 주관으로 최근 열린 ‘이스라엘 하이테크 & 벤처 캐피탈 서밋’을 찾은 지브 홀츠만 Giza VC 회장은 벤처 투자의 원칙으로 경영진의 능력, 기술, 시장전망 세가지를 꼽았다.

특히 주안점을 두는 것은 경영진의 경영 철학과 장기적 안목이다. 홀츠만 회장은 “벤처기업가는 우선적으로 자신의 아이디어와 기술에 대한 열정을 가져야 한다”며 “스스로 자신이 있는 아이템이어야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성공을 위한 긴 여정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사업 아이템을 여러 번 바꾸면 성공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벤처캐피탈 입장에서도 투자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관적이고 안정성을 갖춘 경영진을 투자의 제 1원칙으로 꼽는다.

아이디어와 기술이 결실을 얻기 위해 팀과 회사 전체가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이스라엘 벤처 투자가들의 지론.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개발자와 생산인력과 소통하지 않으면 실제 현장에서 아이디어가 구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4~6개월 동안 직접 투자대상기업에서 상주하며 회사가 운영되는 실제 과정을 확인한다.

이스라엘이 과학 분야에서 쌓은 기반은 첨단 산업에서 새로운 스타트업이 생겨나는 것을 돕는다. 반도체,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 등 IT 분야와 뉴미디어, 생명공학이 이스라엘 벤처 기업들의 주 활동 분야. IT 분야의 경우 전세계 30위권의 컴퓨터공학과 중 4개가 이스라엘 대학이다. 인구 1만명 당 과학기술인력 비중 또한 6.3명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높다. 세계적인 투자가 워렌 버핏은 “석유를 찾아 중동지역을 방문한다면 이스라엘을 지나치겠지만 두뇌를 찾는 사람이라면 이스라엘을 놓칠 수 없을 것”이라고 평한 바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런 고급 과학인력이 벤처 투자 과정에 직접 관여한다는 것. 누파(TNUFA)로 불리는 초기 자금지원프로그램은 과학기술인력이 투자 결정 전 회사에 참여해 일을 함께 하며 관련 기술도 조언해주고 투자여부를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벤처 투자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1991년 벤처 육성 정책 초기 모든 벤처 투자가 순수 이스라엘 국내 자본으로 시작됐지만 현재는 60~70%의 자본이 해외로부터 유입된다. 그만큼 이스라엘 스타트업이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전세계에 퍼져있는 유태인 공동체가 자본을 투입하기 때문. 이들은 나스닥 등 해외 시장에 기업공개(IPO)를 하거나 M&A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 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나스닥(NASDAQ) 시장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미국 외 기업이 이스라엘 기업이다.

자본이 풍부하고 언제든지 중간회수가 가능하다는 점은 스타트업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원동력이 된다. 이스라엘 벤처기업은 100% 투자금으로 운영된다. 사업에 실패하더라도 법적 의무만 성실히 수행했다면 개인이 부담을 지지 않는다. 벤처투자가들은 한 회사에 대한 투자가 실패해도 다른 업체의 성공에서 돌아오는 이익으로 충당한다.

서승원 중기청 벤처창업국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지원해주는 이스라엘의 벤처 생태계는 한국의 롤모델”이라며 “체계적인 벤처지원 정책을 만들기 위해 이스라엘의 경험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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