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26회> 붉은 태양을 따라서 5
지구는 둥글게 생겨먹었다. 물레방아 역시 둥글게 생겨먹었다. 생겨먹었다고 거친 표현을 쓰는 이유는 둥글둥글 살아가야 할 세상, 물레방아처럼 돌고 도는 인생사가 거친 사람들 손아귀에서 간혹 사포처럼 껄끄럽게 변해가곤 하기 때문이다.
“알아서 잘들 놀고 있구먼. 그럼 우리도 슬슬 준비해야지. 바추카 포가 좋을까? 아니면 간단하게 수류탄으로 해결할까?”
물론 아랍 말로 떠드는 것이지만 N-Dos 단원의 우두머리는 이렇게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입에 굵은 시가를 물고 있었으므로 그의 한쪽 얼굴과 한쪽 눈은 연기 때문에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이봐, 제임스 리 박사! 왜 대답이 없어? 또 예전에 에이발 산 계곡에서 죽은 공평호 박사를 떠올리는 겐가?”
“그럴 리가 있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볼멘 표정이냐고? 지금 당장 노스 코리아에 가 있는 후밍 박사에게 전화를 때려 봐.”
“뭐라고 전할까요? 대령님.”
아랍 말은 얼핏 듣기에도 정감이라곤 없는 듯했다. 게다가 지금 명령하고 있는 N-Dos단의 우두머리는 목소리가 쇠를 비비는 것과도 같았기 때문에 자칫 인정사정도 없는 인간처럼 보일 따름이었다.
“이번 주 안에 노스 코리아 정부 계좌로 100만불을 보내겠다고 전해!”
“우리가 들어야 할 대답은 어떤 겁니까?”
“곧 개최될 5개국 관통 랠리대회에서 머신들이 노스 코리아 산악지대를 지날 때 우리가 나서서 두어 놈 해치우리라는 건 그쪽에서도 잘 알고 있을 거야. 그때 혹시 비둘기파 당원 중에서 누군가가 의심을 품더라도 모른 척 무시하겠다는 약속! 그 약속이 계속 유효하다는 것만 확인받으면 돼.”
지구가 둥글게 생겨먹었으니 아마도 지구 저편… 우리와 발바닥을 엇비슷하게 맞대고 있을 요르단 어느 지역에서는 이런 음모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평생 동안 대령 계급장을 달고 있는 N-Dos 단원의 우두머리는 시가 연기를 입안에 머금은 채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중이었다.
이쯤에서 기억을 더듬어보기로 하자. 제임스 리 박사란 누구일까? 그는 2년 전, 서요르단 이스라엘 점령지역 ‘에이발’ 산에서 ‘파리아’ 강으로 이어지는 계곡 언저리, 휴전선 인접지역에서 거성그룹이 비밀리에 성능 테스트를 하던 ‘Air Mule’에서 사고를 당해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블루드라이브 기술 수석연구원 아니던가.
후밍 박사는? 이스라엘 국적을 지닌 자로서 그날, 제임스 리 박사와 함께 사고를 당해 척추를 다친 Air Mule 조종사였다. 그렇다면 그들을 조종하고 있는 N-Dos단은 어떤 단체일까?
겉으로 드러나기엔 이스라엘 정보국의 보호와 Urban 항공사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민간단체였지만, 실제 정체는 석유를 팔아 부를 획득한 아랍 석유카르텔의 하수인들이었다. 그들이 랠리 경기에서 두어 명쯤 해치우려고 하는 이유는… 신개념 자동차를 개발하는 거성그룹의 과학자들을 은밀히 제거하려는 것이었다.
왜냐고? 그들 의도는 연료가 획기적으로 절약되는 신개념 자동차 개발을 중단하고, 지금처럼 석유를 사용하는 자동차 생산에 만족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야 향후 수백 년 동안 석유를 팔아 부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석유카르텔로서는 거성자동차와 이스라엘 Urban 항공사의 기술이 합쳐지는 것을 반길 리 없었다.
“전화 연결되었습니다. 대령님.”
우두머리는 시가 연기를 내뿜다 말고 즉시 전화기를 낚아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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