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올5월 35개株 분석 정치株 손실 99%가 개인투자
신용융자 잔액·미수거래 급증 대규모 깡통계좌 가능성 우려
“잠도 오지 않습니다. 주식시장만 쳐다보면 한숨만 나올 뿐이죠.”
직장인 정인지(가명ㆍ37ㆍ서울 목동) 씨는 주식투자 실패로 큰 낭패를 봤다. 직장 동료들이 대선테마주로 짭짤한 재미를 봤다는 얘기에 솔깃한 것이 화근이었다. 지난 9월 초 신용대출을 받아 한 유력 대선 후보의 테마주로 엮인 M 사 주식에 ‘몰빵’했다. 하루 이틀 오르는가 싶더니 대주주 지분 매각 공시와 함께 매도물량이 쏟아지면서 연일 하한가를 기록했다. 보름도 안 되는 사이, 투자 원금의 4분의 3이 공중으로 날아갔다. 혹시 상장폐지되는가 싶어 눈물을 머금고 보유 주식을 처분했다. 지금은 대출 이자만 겨우 갚을 뿐, 손실분을 만회하지 못한 채 혼자 끙끙 앓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장선거를 시작으로 올 들어 총선과 대선에 이르기까지 정치테마주가 질긴 생명력을 유지한 채 급등락하면서 ‘한방’을 노리던 투자자들에게서 ‘한숨’이 새어나온다. 개중에는 신용대출에 미수거래까지 손을 대면서, 말 그대로 ‘깡통계좌’가 속출할 위기에 처해 있다.
▶‘개미 무덤’으로 전락한 정치테마주=정치테마주 시장이 올 들어 깡통계좌의 온상이자 개미들의 거대한 무덤으로 돌변하고 있다. 대선 대목에 편승해보려는 투자자들은 대주주나 작전세력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아직 버티는 개인투자자도 적지 않지만 이들이 나가떨어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게 주식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올해 6~9월 정치테마주로 부상한 16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개인이 이들 종목에 투자해 손실을 본 투자금은 모두 665억원에 달했다. 전체 손실 규모(670억원) 가운데 99% 이상이 개인의 손실이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 말까지 대표적인 테마주 35개사를 분석한 결과는 더 심각하다. 35개 종목에서 개인이 피해를 본 금액은 1조5000억원에 이른다.
한 증권사 스몰캡팀장은 “한방을 노리며 테마주 투자에 나서는 것은 언젠가 터질 시한폭탄을 떠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시한폭탄을 남한테 떠넘기겠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차례에서 터질 확률이 예상보다 크다”고 지적했다.
▶신용융자 잔액ㆍ미수거래 증가… ‘깡통계좌’ 속출하나=개인투자자들이 2000년과 2008년 급락장에서 크게 데인 후로 증권사 신용거래융자는 한동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 들어 대선테마주와 함께 신용거래융자와 미수거래도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의 신용융자 보증금 인상으로 3조원대로 낮아졌던 신용융자 잔액은 10월 말 기준으로 다시 4조4000억원대로 올라섰다. 위탁매매 미수금도 10월 말 기준 1607억원으로, 지난 7월 말 913억원을 크게 웃돌고 있다. 미수거래 투자자들이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서 반대 매매금액도 지난 7월 말 37억원에서 10월 말 93억원으로 급증했다.
주식전문가들은 “주식투자를 처음 하는 투자자일수록 ‘미수’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분명 오를 종목인데 ‘총알(돈)’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미수 신용에까지 미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장폐지ㆍ부실기업 증가=소위 ‘깡통계좌’로 불리는 ‘주식담보 부족 계좌’는 아직은 뚜렷한 증가세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담보 부족 계좌’란, 신용융자로 주식을 산 투자자의 보유 주식 가치가 증권사에서 빌린 돈의 140%(담보 유지비율) 아래로 떨어진 계좌를 말한다.
예컨대 400만원을 보유한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600만원을 빌려 주식을 사면 총 1000만원어치의 주식을 갖게 되는데, 주가 하락으로 주식 평가액이 840만원 밑으로 떨어지면 담보 부족 계좌가 된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이 코스피 우량 종목보다 코스닥 ‘동전주’를 선호하면서 ‘깡통계좌’의 잠재적 리스크는 큰 상황이다. 11월 들어 3개사가 상장폐지되는 등 올해에만 43개 코스닥기업이 상장폐지됐다. 지난해 53개보다는 적은 수준이지만 언제든 다시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5월 투자주의 환기 종목으로 59개사를 지정, 지난해 33개사보다 배 가까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투자 주의 환기 종목이란, 거래소가 코스닥기업을 대상으로 부실 점수를 매겨 앞으로 상장폐지될 위험이 크다고 판단하는 종목을 투자자들에게 알려주는 제도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주식 매입에 앞서 그 종목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분석 작업은 물론, 매입 이후에도 투자 기간 등에 따라 목표수익률과 손절금액을 정해놓고 투자에 임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박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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