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문재인-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 협상이 3일째 중단된 가운데,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두 후보를 향해 남긴 글이 눈길을 끈다.

백 교수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기’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백 교수는 “두 진영의 단일화규칙 협상이 잠정 중단됨으로써 새누리당의 집권연장을 반대하는 대다수 국민들은 큰 실망과 걱정을 안게 되었다”며 “대화중단 사태가 협상의 결렬로 이어지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만, 단일화를 하고도 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무슨 말인지 한층 실감케 해준 사태”라고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어 “서로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면서 새롭게 출발할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문재인 후보 측을 향해서는 “자신들이 내세우는 ‘통큰 맏형’ 전략이 상대방에 어떻게 비칠 수 있는지를 헤아릴 필요가 있다”며 “후보 자신은 맏형의 심성과 자세를 지녔더라도 캠프나 당내에서 벌어지는 낡은 정치의 행태를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다면 상대방의 불신을 사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를 위한 첫 단독 회동을 마치고 환하게 웃으며 걸어가고 있다.<br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를 위한 첫 단독 회동을 마치고 환하게 웃으며 걸어가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또 “안철수 현상과 이에 부응한 안후보의 출마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박근혜 후보의 대세가 흔들리는 일은 없었을 테고, 안캠프의 도전이 아니었더라면 민주당이 지금만큼의 쇄신노력도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문 후보가 단일후보로 결정되더라도 이러한 인식과 감사의 마음, 그에 따른 쇄신노력의 지속 등이 갖춰지지 않고는 대선승리가 힘들 것이다”고 충고했다.

안철수 후보 측에는 “타인의 관점에서 자신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며 “문캠프 일각에서 흘러나왔다는 ‘양보론’ 등에 분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에 대한 반발이 어디까지가 정곡을 찌른 정치적 대응이고 어디서부터가 현실정치에 단련이 덜 된 신인의 과잉반응일 지를 반대쪽의 눈으로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아, 안철수가 나오니 과연 다르긴 다르구나’라고 다수 국민과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로조차 경탄할 만큼 눈에 확 뜨이는 무엇이 있었던지 자문해봐야 한다”며 “정치쇄신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내걸면서도, 각론에 들어갔을 때 중립적인 인사들의 눈에조차 정치적 아마추어리즘으로 얕보일 빌미가 없었는지도 헤아려볼 일”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백 교수는 “단일화규칙 협상이 필요하다면 채널을 바꿔서라도 곧 재개되기를 바란다. 그보다 더욱 절실하게 희망하는 것은 두 후보께서 가까운 장래에 다시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일”이라며 “단일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지사지는 뭐니뭐니 해도 상대방이 이길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일이고, 아울러 자기가 이겼을 때 상대가 어떤 처지에 놓일지를 상상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이다”라고 진심어린 조언을 전했다.

한편, 16일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문재인 후보가 직접 단일화 과정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때다. 민주당 혁신과제를 즉각 실천에 옮겨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