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사이버전을 대비한 법률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현행법상 사이버전의 개념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고, 전쟁 등 비상사태 발생시 정부의 비상사태 선포 등에 의해 물리적 대응이 가능한데 순식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피해를 입히는 사이버전의 특성상 비상사태 선포 전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지난 8일 공군회관에서 열린 국방정보기술 컨퍼런스에서 정준현 단국대 법대 교수는 사이버전과 현행법제의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정 교수는 날로 사이버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나 현행법에는 사이버전 개념을 직접 명시한 법률규정이 없다는 점을 우선 지적했다. 그는 사이버전 관련 현행법을 굳이 찾는다면, 외부세력의 가시적 공격이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혼란해졌을 경우 정부가 선포할 수 있는 비상사태 등의 개념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 경우 사이버전에 대해서는 비상대비자원관리법 제1조의 비상사태, 통합방위법 제2조 제3항의 통합방위사태, 계엄법 제2조 제2항의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등의 개념이 적용될 수 있다. 그밖에 대통령 훈령인 국가사이버안전관리규정 제2조 제2호의 사이버공격, 국가위기관리지침 상의 국가위기 등도 적용가능하다.
그러나 현행법상 사이버전에 대응하려면 무리가 따른다.
통합방위법에 의해 사이버전에 대응하려면 먼저 대통령이 통합방위사태를 선포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아 ‘그림자 전쟁’이라고도 불리는 사이버전의 특성상 대통령이 통합방위사태를 선포하기 전 공격이 끝날 수도 있어 허점이 발견된다. 사이버상이 아닌 실제 현실에서 가시적인 피해 규모가 나타나지 않는 한 통합방위법에 의한 통합방위사태 선포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정 교수는 대안으로 ▷통합방위법 상에 사이버전에 대응한 비상사태 개념 규정을 신설할 것 ▷통합방위사태 선포 전에도 통합방위법에 따라 사이버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사이버전 훈련태세 규정을 신설할 것 등을 제언했다.
그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이스라엘, 중국 5개국 사이에 사이버전 군비확장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의 미국 컴퓨터 보안업체 맥카피(McAfee)의 보고서, 미래전은 물리적 전쟁에서 사이버전쟁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유엔미래보고서, 미래 사이버전 확대를 강조한 벨기에 씽크탱크 SDA(Security & Defence Agenda)의 세계전문가 보고서 등을 거론하며 “우리나라도 세계적 추세에 뒤쳐지지 않도록 시급히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DA 세계전문가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27개국의 정책입안자 및 사이버보안 전문가 80명, 35개국의 사이버보안 전문가 2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7%가 “사이버 공간에서 군의 확대경쟁이 발생하고 있다”, 45%가 “사이버 보안은 국방경비에 필적한다”, 43%가 “사이버공격 주 대상은 국가 중요 인프라”, 36%가 “미사일방어보다 사이버 보안이 더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아울러 정 교수는 미국이 사이버국방 보강을 위해 2017년까지 15억4000만달러를 투입할 계획을 수립하고 사이버전문가로 하여금 유사시 비군사컴퓨터 시스템에 대해서도 즉각 대응 조치할 수 있게 상비군교전수칙(SROE)을 개정하는 등 사이버보안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