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의 별명은 ‘2군 홈런왕’이었다. 2군에서는 뻥뻥 터지는 장타가 1군에만 올라오면 맥을 못춘다는 비아냥 섞인 별명이었다. 그리고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짐을 쌌다. 설움을 곱씹으며 매섭게 방망이를 돌린 그는, 1년 여 만에 프로야구 MVP로 새롭게 태어났다.

넥센 히어로즈 4번타자 박병호가 5일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털호텔에서 열린 MVP·신인왕 시상식에서 한국야구기자회의 투표 개표 결과 총 유효표 91표 중 73표의 몰표를 획득, 장원삼(삼성·8표), 브랜든 나이트(넥센·5표), 김태균(한화·5표)을 크게 따돌리고 생애 첫 MVP에 선정됐다.

박병호는 올시즌 133경기 전경기에 4번타자로 출전해 홈런(31개·1위), 타점(105개·1위), 장타율(0.561·1위) 등 타격 주요부문 3관왕을 휩쓸며 일찌감치 MVP를 예약했다. 도루 역시 20개를 기록해 호타준족의 상징인 20홈런-20도루 클럽에 역대 35번째로 가입하는 등 전성기를 구가했다.

박병호는 전형적인 대기만성형, 늦깎이 스타다.

성남고를 졸업하고 2005년 LG트윈스에서 데뷔한 박병호는 많은 기대를 모았다. 바로 2004년 5월 1일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4연타석 홈런을 날렸기 때문. 4연타석 홈런은 고교야구 사상 첫 대기록이다. 프로야구 스카우트의 뜨거운 관심 쏙에 박병혼느 200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의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하지만 프로에서 성적은 신통치 못했다. 2005년 데뷔 첫 해 타율 0.190, 홈런 3개. 2006년엔 48경기 타율 0.162 홈런 5개로 고개를 숙였다. 결국 2006년 시즌 뒤 상무에 입단했다. 제대해서도 자리를 잡지 못한 채 1,2군을 오갔다. 한 시즌도 100경기 이상 출전하지 못했고 규정타석은 항상 미달이었다. 박병호는 결국 2011시즌 중반 넥센으로 트레이드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넥센에서 박병호는 일생일대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김시진 전 넥센 감독의 절대적인 믿음, 박흥식 넥센 타격코치의 지도 속에 박병호는 마치 알을 깨고 나오듯 전혀 다른 타자로 업그레이드됐다. 타격감 뿐만 아니라 자신감과 두둑한 배짱, 노련함까지 더해지면서 리그 최고의 타자로 성장했다.

박병호는 “올해 전경기 출전을 첫 번째 목표로 했는데 이루게 돼서 정말 기분좋고 만족스럽다. MVP에 유력하다고들 말씀해주셔서 감사했다”고 기쁨을 표한 뒤 “(MVP 상금 2000만원은)아버지가 차를 오래 타셨는데, 이 돈을 보태 바꿔드리고 싶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anju101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