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환·성연진 기자]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으로 기대했던 ‘버락’ 효과가 재정절벽이라는 냉혹한 현실에 부딪혀 ‘벼락’ 위기감으로 바뀌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선이 끝난 만큼 내년부터 미국이 재정 적자를 줄이려고 예산을 삭감하면서 경기가 급격히 둔화할 수 있다는 이른바 ‘재정절벽’ 딜레마가 빠르게 현실화할 것이라며 따라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데 입을 모은다.

실제로 오바마의 재선 확정소식이 전해지기 무섭게 미국 증시는 2% 이상 급락했고 유럽증시도 반짝 ‘오바마 랠리’를 펼치다 1~2% 급락세를 끝났다.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시작되는 자동적인 세금 인상과 5700억달러에 이르는 재정지출 삭감인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가 현실 문제로 닥쳤기 때문이다.

오바마 집권 2기가 직면한 여러 도전적 과제들과 의회와의 협상 난항 등을 감안하면 이날 글로발 증시 급락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라는 게 전반적인 지적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8일 “2008년에는 상·하 양원 모두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해 오바마의 강력한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견제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재정지출은 긴축 계획에 가로막혀 있는 데다, 재정절벽을 앞두고 그동안 실시했던 경기부양책도 어떤 형태로든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 연구원은 “연말까지 재정절벽의 대안이 합의되지 않으면 경기부양책 종료 시점을 일시 연장하고 협상을 새로운 임기의 의회에 넘기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해, 이런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주가 흐름도 추세적인 상승세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은 “재정절벽 이슈가 시장을 누르면서 투자환경 자체가 개선될 가능성은 적어졌다”면서 “향후 시장은 기업들의 실적 등 펀더멘털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재정건전성 회복를 위한 미국 정부의 발빠른 움직임을 부정적으로만 평가하지 않는다. 특히 1993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나타난 강력한 재정긴축정책을 살펴볼 때, 결과적으로는 경기모멘텀이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지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클린턴 행정부 당시 미국 경제는 재정긴축 이후 경제주체들의 자신감 회복으로 연평균 4%의 높은 경제성장세를 보였다”면서 “내년 하반기부터는 적어도 3%대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재정개혁 당시(1992년 6월~1993년 8월) 미국 증시(S&P500)은 14% 상승하고 국채금리는 16%포인트 하락해 주가와 채권 모두 강세를 보였다”면서 “재정 개혁 후 ITㆍ헬스케어 등 경기민감주가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는 게 주목할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부자증세와 재정감축을 주장하는 오바마 행정부가 양적완화를 통해 경기 하강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주택가격이 바닥을 치고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턴어라운드하는 국면에서는 방어주보다 ITㆍ에너지ㆍ소재ㆍ산업재ㆍ금융 등 경기 민감주의 수익률이 좋을 수밖에 없다”면서 “재정절벽 이슈는 올해 내내 진행됐고 금융시장은 이를 어느정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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