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1%도 장담 못하면서 대기업 잡겠다는 공약만 난무 후보들 구체적 정책 언급없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세계의 선거, 즉 미국 대선의 최대 화두는 ‘일자리’다. 이를 위해 버락 오바마도, 밋 롬니도 경제성장을 최대의 국정과제로 삼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양극화가 심한 나라가 미국이다. 그럼에도 경제위기의 주범이자, 양극화 해소 운동인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street)’의 타깃인 금융재벌을 때려잡겠다는 공약은 눈에 띄지 않는다.
45일 남은 대한민국 대선의 최대 화두는 경제민주화다. 일자리 문제나 성장이 실종됐다. 밖에서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가장 잘 극복했다고 칭찬하는데, 안에서는 어쨌든 위기 극복의 일등공신인 대한민국의 글로벌 기업들을 해체하겠다는 공약만이 난무한다. 대선후보에게 ‘성장’은 쓰면 안 되는 금기어다. 물론 대선후보들이 경제성장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내용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잠재성장률을 1%포인트 끌어올리겠다고 한다. 정작 임기 동안 실질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비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구체적이고도 집요하게 대기업 규제책을 내놓는 것은 아이러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도 “3분기 경제성장률이 1.6%로 떨어졌다”면서 연일 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책은 결국 재벌개혁이다. 공정경쟁을 통한 대ㆍ중소기업 공생이 성장동력이란 주장이다. 대기업은 개혁의 대상, 중소기업은 보호의 대상이라는 흑백논리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가장 먼저 성장과 복지의 균형을 주장했다. 구체적인 공약은 다른 두 후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글로벌 경쟁에서 필요한 생산성 향상이나, 고용시장을 왜곡시키는 불합리한 노동환경과 교육제도의 개선 등에 대한 언급이 없다. 다른 후보와의 차별화를 위한 성장일 뿐, 성장을 위한 방법이나 목표가 없는 셈이다.
최근 미국 정부는 현대ㆍ기아차가 연비 정보를 속였다며 소비자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현대ㆍ기아차는 글로벌 경제위기 기간에 미국에서 가장 많이 성장한 브랜드다. 미국은 1980년 저성장에 신음하던 때에도 플라자 합의를 통해 당시 미국 내에서 급성장하던 일본 자동차업체에 철퇴를 가했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에는 도요타 리콜 사태가 터졌다. 도요타는 당시 미국 제조업에서 비중이 큰 자동차 ‘빅3’에 가장 큰 위협이었다.
어려울 때일수록 외국기업에 대해 압박을 강화하던 미국이지만 자국 산업 보호에는 적극적이다. 금융위기 주범이지만 여전히 국부(國富)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금융재벌들에게도 강력한 규제보다는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으로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토록 했다.
반면 2012년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성장’이나 ‘자국 산업 보호’는 없다. 재벌개혁, 복지뿐이다. 이러다 보니 전문가의 우려만 커지고 있다.
김철수 숙명여대 교수는 “소득재분배나 경제민주화 같은 경우는 눈에 쉽게 보이는 지표이다 보니 정치인 입장에서 쉽게 인기를 얻을 수 있지만, 성장은 10년을 보고 하는 얘기니까 지금 당장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반갑지 않은 이야기”라며 ‘성장 실종’ 대선의 배경을 설명했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유권자들은 길게보다는 짧게 보고, 국가 전체를 생각하기보다는 자기 개인을 생각하기 때문에 당장 나에게 얼마를 준다는 것에 솔깃해진다”며 “하지만 스웨덴의 경우 일을 하면 복지 혜택을 주는 시스템이고 우리는 그와 반대되는 퍼주기식으로 하자는 것인데, 이래서는 재정만 악화된다”고 지적했다.
<홍길용ㆍ이정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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