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표밭을 누비는 대선주자 3인의 조우가 늘고 있다. 후보 3인을 동시에 초청해 한자리에서 연설을 듣는 자리가 늘면서, 유권자들도 세 후보의 각기 다른 3색(色) 스타일을 비교할 기회가 생겼다. 후보들은 10분 안팎의 짧은 연설을 통해 자신의 경쟁력을 부각시키기 위한 호소력있는 연설에 힘을 쏟고 있다.

29일 대선주자 3인이 총출동한 ‘골목상권살리기운동 전국대표자대회’에서는 세 후보의 각기 다른 연설스타일로 주목을 끌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 연구소장은 “박근혜 후보는 간결한 단문단답형의 힘있는 연설, 문재인 후보는 분명한 메시지 전달위주의 화법, 안철수 후보는 상대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경청가 스타일”이라고 정의했다.

▶단호한 박근혜=박 후보의 연설은 오랫동안 훈련된 티가 난다. 연설에 문법이 있다면, 세 후보중 가장 정석에 가깝다. 발음부터 목소리 톤, 띄어읽기와 음낮이 조절에도 상당히 능숙한 편이다. 박 후보의 연설이 “전달력이 좋고, 귀에 확 들어온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때문이다.

박 후보는 이날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를 하는 이유가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며 “3대 수수료 인하, 대형마트의 사전 입점 예고제, 사업조정제도를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쌓아온 원칙과 신뢰 이미지를 강조, 말한 것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단호한 말투와 틀이 확고한 연설 스타일은 후보의 딱딱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후보의 연설만 봐도, 웬만해선 기존 틀을 벗어나기 싫어하는 성향이 뚜렷하게 뭍어난다.

그가 선호하는 단어도 무색무취한 이성언어가 많다.

캠프 한 참모는 “때론 공격적인 어휘가 들어가야 각이 사는데, 후보는 거칠거나 감정적인 어휘는 연설문에서 제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때, 타파, 깨부수기와 같은 단어들이 원고에 포함되면, 박 후보가 이를 직접 삭제했다고 한다.

박 후보 측은 앞으로 부드러운 이미지를 부각시킬만한 연설 스타일을 구상 중이다. 이 관계자는 “불통 이미지를 벗고 공감과 소통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연설에서도 살가운 면모를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날카로운 문재인=최근들어 연설 스타일에 가장 큰 변화를 주고 있는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다. 문 후보의 연설은 그동안 진중하고 차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다만, 문 후보가 아직 연설 경험이 많지 않고, 발음이 좋은 편이 아니라 ‘다른 주자에 비해 호소력과 전달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후보가 임플란트 때문에 발음이 안좋은 편이라, 이부분 개선을 위해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대선출마와 함께 의식적으로 목소리 톤을 조금 높였고, 연설문 메시지에도 힘을 싣는 편이다.

그는 “기존 정치인들처럼 웅변하는 연설은 내겐 안 맞는 것 같다. 대신 내용에 진심을 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도 문 후보는 연설을 통해, 박 후보와 새누리당에 날선 각을 세웠다. 그는 “새누리당과 이명박 정부 정책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지금의 1%대 성장은 바로 새누리당(박근혜 후보의)의 줄.푸.세 경제의 결과이고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 대기업 우선경제의 결과”라고 날을 세웠다. 메시지는 날카롭지만, 제스처, 눈빛 등은 따뜻하고 온화한 인상을 주는 편이다.

▶감성적인 안철수=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장기는 감성적인 ‘공감화법’이다. 이 장기는 대선주자 연설에도 적용된다. 안 후보는 이날 “손님을 기다리며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상인 여러분들 생각하면 안타깝기도 하고, 서민경제 이렇게 만든 분들께 화가나기도 한다”고 공감을 표시한 뒤, 자신이 마련한 자영업자 대책을 발표했다.

연설 말미에는 “선의를 가진 사람이 성공하는 세상을 만들겠다. 현실은 혹독하지만, 희망이 있다면 잘 극복할 것”이라며, 상대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특유의 ‘멘토링 화법’으로 박수를 받았다. 대선 주자가 된 이후에도, 사람, 삶, 희망, 정의 등 인간적이며 철학적인 단어를 자주 활용하는 것도 그의 인간적인 매력을 부각시키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대선주자가 된 이후에는, 감성을 자극하되, 단호하게 핵심을 찌르는 화법을 동시에 구사하는 편이다. 하지만 때로 감성 화법이 지나쳐, 정치인의 연설보다는 강의나 강연에 적합하다는 평가도 있다.

조민선기자bonjo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