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社, 한국인 애국심에 호소 감성 마케팅 왜?

세계적 데이터저장기업 EMC 직지심체요절 찾기 운동 앞장

뉴욕 코스메틱 브랜드 키엘 한정판수익금 금강송 보호 후원

… 사회공헌 마케팅…친밀도 높여

세계적인 스토리지(데이터 저장) 전문기업 EMC 한국지사는 1999년부터 10년간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직지심체요절(약칭 직지)’ 찾기 운동을 진행했다. 2004년 ‘직지축제위원회’에 데이터 저장 솔루션 일체를 제공했으며, 2005년 ‘제1회 유네스코 직지상 시상식 및 기념행사’에 ‘EMC-직지체험관’을 설치했다. 또 사이버 외교사절단인 반크의 직지 세계화 캠페인에 노트북을 기증하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만화 직지 CD롬을 제작하기도 했다. 직지 원본은 현재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립도서관 동양문헌실에 보관돼 있다.

본사를 미국 매사추세츠에 두고 있는 한국EMC가 우리 문화유산 찾기에 발벗고 나선 이유는 한국 고객들에게 데이터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이처럼 국내 산업 각 분야에서 외국 기업들이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전통, 문화유산 등에 초점을 맞춰 애국심을 자극하는 사회공헌이나 마케팅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경기가 불황일수록 ‘우리 것’에 대한 애정을 통해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함으로써 외국기업에 대한 선입견을 줄이고 친밀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임태형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공헌정보센터장은 “통상 외국기업은 각 나라 문화ㆍ예술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데, 여기서 애국심에 대한 공감대를 얻는 사회공헌이 파생된다”며 “이를 통해 외국기업에 대한 이질감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161년 역사의 뉴욕 코스메틱 브랜드 키엘은 최근 한국의 오래된 나무를 보호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키엘은 올해 ‘한국의 고궁을 위한 오래된 나무 살리기’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베스트셀러인 수분크림 대용량 한정판 판매 수익금을 백두대간 금강송 보호에 후원하고 있다. 금강송은 한국의 궁궐을 복원하고 보존하는 데 필요한 중요 자산으로 키엘은 4년 전부터 한국의 역사 깊은 나무에 관심을 가져왔다.

이선주 키엘 브랜드 매니저 상무는 “키엘의 환경보호 철학과 함께 한국의 오래된 나무 살리기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의 청소장비 전문기업 카처는 최근 충주댐에 ‘아트 클리닝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약 2주간의 작업을 통해 충주댐 표면에 우리 민족의 기상과 얼을 상징하는 호랑이와 소나무를 그린 것. 이 그림은 댐에 3000여개의 표식을 찍은 뒤, 97.5m 높이의 충주댐 상부부터 로프를 타고 정해진 부분의 때만 벗겨내는 방식으로 그려냈다. 댐 벽을 거대한 화폭으로, 오랜 세월의 묵은 때는 물감으로, 청소기를 붓으로 활용한 셈이다.

황영권 카처 한국지사장은 “한국지사 설립 10주년을 맞아 한국 고객들의 지속적인 사랑에 보답하기 위한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카처는 지난해에도 서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N서울타워와 팔각정을 세척하는 클리닝 캠페인을 선보였다.

독특한 사례로 한국 축구를 응원하는 마케팅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국토요타는 지난 런던올림픽 당시 전국 14개 전시장에 ‘한국축구, 신화창조! 축구대표팀의 사상 첫 메달 도전을 토요타가 응원합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어 업계의 높은 주목을 받았다.

또 정치외교적 관계로 일본 기업의 한국 문화유산 관련 사회공헌은 드물지만, 올림푸스한국은 지난 2007년 문화재청과 1문화재 1지킴이 기업참여 협약식을 맺었다. 육안으로 보는 색감을 그대로 재현하는 차세대 영상솔루션 리얼픽스 기술을 이용해 궁중문화재와 유물의 사진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제공했다. 그동안 비취, 연분홍, 옥색 등과 같은 한국 고유 색감의 문화재를 복원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나 문화재청은 리얼픽스 기술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 같은 외국기업들의 활동에 대해 전문가들은 트렌드 변화가 반영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유원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품 가격과 품질이 평준화되면서 외국업체가 국내업체와의 차별이 힘들어지자 감성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마케팅 전략을 바꾸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외국제품을 구매하면서 일종의 죄책감을 가질 수 있는데, 전통문화 보전에 적극 나서는 외국기업에 대해서는 이런 감정을 덜 느끼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상ㆍ정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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