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지난 8월 하순, 자신을 계약직 공무원이라고 밝힌 독자 몇 명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그들은 ‘공무원 직종 개편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당시 기자의 기사에 적극 공감해왔다.
그들은 당시 한창 화두가 되고 있던 공무원 직종개편에 따른 공무원 계약직 폐지 소식에 대해 쓴웃음부터 지어보였다. 공무원 직종개편에서 계약직 공무원이 기대할 건 실제로 없다고들 했다. 어떤 이는 “아주 조금 희망을 가져보긴 했으나 자세히 살펴보니 이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계약직 폐지 소식에 계약직 공무원들이 왜 이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을까.
계약직은 폐지되지만, 그 대신 임기제 일반직이라는 제도가 생겨 계약직 공무원들의 실제 생활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직 공무원과 계약직 공무원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계약직 공무원은 임기가 2년 또는 3년으로 한정되어 있는 반면, 일반직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되어 있다는 점이다. 계약직 폐지 이후에 현재의 계약직 공무원은 대거 임기제 일반직 공무원으로 전환될 것이므로 직종의 명칭만 바뀌었지, 정년 보장 등의 실익은 전혀 없는 것이다.
행안부 측은 이에 대해 “공무원 직종개편으로 현재의 계약직들도 혜택을 보게 된다. 기존에는 계약직이 가급, 나급, 다급 등으로 분류될 뿐 별다른 호칭이 없었지만 일반직(임기제)로 전환되면 기존 일반직 공무원처럼 사무관이나 서기관 등의 호칭을 쓸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계약직을 폐지한다’며 공무원 직종개편을 홍보하던 정부의 변명(?)치고는 너무 구차해 보인다. 일반 국민의 관점에서 계약직 폐지란 곧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등식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공무원 사회 일각에서는 “요즘 공무원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계약직의 일반직 전환은 힘들게 일반직으로 들어온 공무원에 대한 역차별” 등을 운운하며 불편한 기색을 종종 토로하기도 한다.
결국 이번 직종개편은 기능직을 일반직으로 전환해주는 선에서 끝났다.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 사이에서도 기능직과 일반직으로 또 다시 신분을 분류하던 벽을 이번 기회에 겨우 허문 것이다.
경계를 허무는 것이 제도 개선은 아니다. 중요한 점은 제도 개선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있다. 지난해 6월부터 가동되어 온 공무원직종개편위원회의 결과물에 과연 누가 만족할까. 누구를 위한 직종개편이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