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민상식 기자]대기업 임원, 정치인, 사업가 등을 모시는(?) 수행기사들은 지근거리에서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고 듣는다. 자신이 모시는 분(그들은 ‘대장’이라는 그들만의 단어를 쓴다)이 어디서 누구를 만나는지, 누구와 무슨 통화를 했는지 대장의 일생생활과 은밀한 사생활까지 속속들이 알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언제나 언행을 조심해야 하는 게 수행기사다. 말 한 번 잘못했다가 한 순간에 수행기사직을 그만두는 상황이 생긴다.

중견업체 사장의 수행기사인 A 씨는 “수행기사는 운전만 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장에게 불편함이 없는지 항상 생각하고 실천해야 하는 직업이다”면서 “나를 버리고 대장을 먼저 생각하는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 순간 긴장이 풀려 말 실수하면 평생 쌓아온 것을 잃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자신을 희생하면서 대장을 모셔도 돌아오는 대가는 터무니 없는 경우가 많다.

수행기사 업계 모 관계자에 따르면 수행기사는 계약직이 대다수다.

수행기사 5년차인 장모(40) 씨는 “수행기사 일을 오래한다고 연봉이 오르는 것이 아니다. 수행기사 업계는 나이를 먹을수록 직장을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봉급이 작아지는 구조”라고 전했다.

또 장시간의 운전은 수행기사를 지치게 해 갈등을 더욱 증폭시킨다.

수행기사 최모(47) 씨는 “지방을 내려가거나 하는 장거리 운행에 심신이 지칠 때가 많아 사소한 일에도 감정이 격해진다”고 전했다. 수행기사 6년차 황모(48) 씨는 “장거리를 나가는 경우가 많아 목과 허리가 아프다. 그래서 수행기사는 오래 하기 힘들고 나이가 들면 더 힘들다”며 “게다가 핸들을 잡았다고 상사들이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 대장과의 갈등으로 수행기사를 그만두기도 경우도 허다하다”고 전했다.

때로는 감시당하거나 하루종일 대장의 전화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지치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남의 모 백화점에는 수행기사 대기실이 있다. 각종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고 수행기사들이 여러 명이 대장을 기다리며 잡담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행기사들끼리 대장에 관한 얘기는 절대 꺼내지 못한다. 이 곳에 수행기사들을 지켜보는 방장이 있기 때문이다. 덩치 큰 수행기사가 항상 언행을 조심하라고 주의를 준다.

대장이 회의를 하거나 술자리에 참석했을 때는 언제 부를지 모르는 상황에 수행기사들은 1분 대기조 노릇을 해야한다.

4년차 수행기사인 B 씨는 “대장이 부르면 바로 갈 수 있게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워두지 않고 인근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무작정 기다리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물론 대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수행기사도 많다. A 씨는 “회장 수행기사의 경우에는 임원들이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위치다. 10년 이상 근무해서 1억원에 가까운 고액연봉을 받는 수행기사도 여럿 있다”고 말했다.

수행기사 최모(42) 씨는 “주위 얘기를 들어보면 수행기사를 대우해주고 배려할 줄 아는 대장도 많다. 이런 대장들이 수행기사들의 존경을 받고 있지만 극소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