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상품 수익 악화 우려해 고객 몰래 대출금리 조작

-2년 동안 고객 573명, 대출계좌 628개 대상으로 금리 조작…18억여원 부당이득

-농협 전국지점에서 유사 사례 계속 발생…‘모럴 헤저드’ 심각 [헤럴드경제= 박수진 기자]고객 몰래 대출 금리를 조작해 18억여원을 챙긴 농협 간부들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농협이 금리 조작으로 대출 고객에게 금전적 피해를 입힌 사례는 최근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금융기관 간부들의 심각한 ‘모럴 헤저드’가 높은 이자에도 불구하고 대출을 할 수 밖에 없는 서민 고객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서울 서부지법 형사6단독 박찬석 판사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실적 악화가 우려되자 고객 몰래 대출상품 가산금리를 올려 18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컴퓨터등사용사기)로 기소된 서서울농협조합 본점 조합장 박모(66)씨와 상임이사 이모(68)씨에게 각 징역 1년4월, 기획상무 정모(46)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08년 12월께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CD금리가 급락해 대출상품의 수익 악화가 예상되자 고객들 동의 없이 대출상품 가산금리를 올려 수익을 높이기로 결정했다. 지난 2009년 1월 이들은 서서울농협 본점 및 갈현ㆍ망원ㆍ상암ㆍ신사ㆍ연희 등 총 9개 지점에 ‘경영이 어려우니 민원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산금리를 상향조정하라’고 지시했다.

본점 담당부서는 간부들의 지시에 따라 대출계좌 가산금리를 고객 몰래 1.74%p 인상해 전산단말기에 입력했다. 서서울농협으로부터 1억5000만원을 대출받은 피해자 A 씨는 금리 조작으로 2009년 1월부터 4월까지 3개월 동안 64만3561원의 이자를 추가로 납입해야 했다.

이같은 수법으로 지난 2009년 1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2년여동안 피해를 입은 고객은 A 씨를 비롯해 573명에 달한다. 총 628개 대출 계좌에서 고객 몰래 금리가 인상됐다. 이로인해 농협 측은 18억6556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박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금융기관 간부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본점과 지점의 직원들을 동원해 신용사업의 수익 악화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고객들 몰래 대출 이율을 임의로 인상해 부당 이자를 징수했다”며 “금융기관을 신뢰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면 금융질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경제활동이 원만히 이뤄질 수 없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지역 농협 간부들이 금리를 임의로 책정해 고객에게 피해를 입히고 부당 이득을 취하는 행위는 전국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북부산농협 조합장과 임직원 등 3명이 가산금리를 임의로 높여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모두 22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해 11월에는 과천농협에서 금리를 조작해 44억원을 챙겼다. 농협 중앙회에 따르면 전국에 1160여개의 지역농협이 있으며 각 지역농협에 속한 지점은 총 5000-6000여곳에 달한다.

농협 중앙회 측은 “지역농협에 대한 감사 권한을 확대하고, 중앙회에서 조합에 무이자로 경영자금지원을 하는데 문제가 발생한 조합에 대해서는 자금 지원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면서도 “지역농협은 개별법인으로 운영 전반을 자체 대의원회의 결정에 따르고 있다. 중앙회 차원에서 경영지도는 가능하지만 그 이상의 경영 간섭은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