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정 프로? 행마가 가볍고 논리적이지.”

서울 교대역 5번출구로부터 50m 떨어진 곳에서 ‘우석(宇石)기원’을 운영하는 정동식 사범(프로기사 6단ㆍ70)에게 ‘정수현 교수의 기풍은 어떤가’라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다. 정 사범은 아예 “정 프로 바둑은 어떨땐 힘이 없어보일 수 있지만, 그것은 겉모양이 그런 것이고 욕심을 잘 안부리기 때문에 정갈한 맥이 흐르고 이론적으로 탄탄한 기풍”이라고 덧붙인다. 욕심없는 기풍이 영락없는 선비나 교수 풍이라는 것이다. 옆에 있던 정 교수가 “그런가요”하고 웃는다. 입단 10년 선배 프로기사의 평가에 조금은 쑥스러운가 보다.

정 사범은 바둑계의 원로다. 호탕한 성격으로 젊은시절엔 전투적인 바둑을 즐겼다. 1963년에 프로 입단을 했으니 올해말이면 프로기사 50년째다. 바둑 마니아라면 정 사범을 모를리 없다. 독특하게 수학선생님 출신이기도 한 그는 70년대 중반부터 28년간 ‘우석(宇石)’이라는 필명으로 동아일보에 관전기를 기고했다. 3년전 오픈한 기원 이름을 우석으로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 교수는 “정 사범님이 한때는 대단했어요. 힘이 워낙 세 천하의 이창호, 유창혁도 한번씩 고배를 마시게했죠”라고 귀띔한다.

정 교수가 인터뷰 장소를 우석기원으로 정한 것도 정 사범과의 오랜 인연 때문이다. 반상의 선후배 이상의 친근감이 형성돼 있다. 그래서 얘기하기 편한 곳이라는 것이다.

16년전 국내 처음으로 창설된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로 정 교수를 추천한 이도 정 사범이다. “바둑인을 추천해달라고 요청이 왔는데, 하겠다는 사람은 많았지만 정 교수가 바로 떠오르더군요. 지금도 추천 하나는 잘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정 사범은 회고했다. 그러더니 정 교수를 쳐다보더니 “정말 바둑도 일도, 후학 양성에도 성실한 사람입니다”라고 한다.

정 사범과 정 교수가 자주 어울리는 것은 바둑인으로서의 교감도 교감이지만, 바둑팬 감소에 걱정도 같이 하는 등 애환을 함께 하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 바쁜 시절엔 취미가 한정돼 바둑, 장기 등이 사랑을 받았는데, 지금은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취미가 다양화돼 바둑팬이 줄어드는 것 같다”라는 게 정 사범의 설명이다.

기원 운영에 대한 생생한 얘기도 곁들인다. “기원에 오는 분들 중 60대가 가장 어려요. 50대도 거의 없습니다. 인내와 절제, 창의와 조화를 배울 수 있는 바둑에 젊은 세대들이 좀더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데, 그것이 아쉽습니다.”

그러더니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보탠다. “정 교수가 바둑 저변 확대를 위해 이리저리 뛰고 있는데, 정 교수 같은 사람이 좀 더 잘해줘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