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도 버리지 못한 敵軍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아이폰5에 장착된 AP ‘A6’ 삼성전자에 위탁생산한 제품

메모리 반도체 중심 사업구조 시스템·비메모리위주 전환 성과

“삼성중심 스마트폰 생태계 재편 애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글로벌 시선을 끈 채 공개된 애플의 아이폰5. 애플은 예상대로 ‘삼성산(産)’ 부품의 상당 부분을 교체했다. 전쟁 중인 상대의 기술을 다분히 의식해서였을까.

하지만 그런 애플도 스마트폰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만큼은 손대지 못했다. 아이폰5에 장착된 AP인 ‘A6’는 삼성전자가 위탁생산(파운드리)을 맡은 제품이다. 원하는 수준의 성능을 낼 수 있는 AP는 오직 삼성전자만이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애플은 울며 겨자 먹기로 삼성 AP를 채택했다. ‘세기의 소송전쟁’에서도 불가침의 삼성전자 반도체 위상을 보여준 사례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산업의 패권을 향해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방향은 ‘굳건한 시장지배력 강화’라는 이건희 회장의 의중과 맞물린 반도체 재편이다. 스마트폰 패권의 빌미는 반도체에선 없다는 의지가 강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사업구조를 불과 2~3년 새 획기적으로 전환시키면서 시스템ㆍ비메모리 반도체 위주의 수익성 높은 회사로 변신하고 있다.

갤럭시S3로 대변되는 스마트폰 사업의 활황 뒤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지만, 반도체사업부는 이미 삼성전자의 핵심경쟁력을 창출하는 뼈대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의 비메모리 반도체 전환은 긍정적이다. 비메모리의 전통 강자인 인텔은 미 경기침체, 글로벌 수요부진과 맞물려 3분기 경영악화가 예상된다. 초강력 상대가 비틀거리는 사이 허점은 많아 보인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핵심을 겨냥한 반도체 패권 시나리오가 위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애플이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갤럭시S3의 판매량이 당장 늘어나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 생태계가 삼성 중심으로 짜이는 것”이라고 맥을 짚는다. 삼성은 이미 전세계 AP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거기에 올 들어서는 와이파이 칩셋 제조업체 나노라디오와 GPS 분야 세계 1위, 블루투스 세계 2위인 영국의 CSR 등을 인수하면서 커넥티비티 칩(통신칩) 분야의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내년부터 AP와 낸드 등은 물론 각종 커넥티비티 칩과 PMIC(Power Management IC) 등을 하나로 묶은 원칩 솔루션을 내놓으면서 토털 플랫폼 업체로 모바일 반도체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세철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PC시장에서 인텔이 그랬던 것처럼 삼성전자의 개발 방향에 따라 스마트폰 시장의 사양과 설계가 결정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위상 강화는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두드러진다. 공격 투자의 결실이다. 전문지인 IC인사이츠는 올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부문에서 세계 4위권에 오른 뒤 내년에는 대만의 UMC를 넘어 세계 3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의 급성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전체적인 체질 강화로 연결된다.

2010년까지만 해도 전체 반도체 영업이익의 67%에 달하던 단순 메모리 분야의 영업이익이 내년엔 불과 10% 선으로 줄고 이익의 90% 가까이가 시스템반도체 제품 및 메모리 솔루션 분야에서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TV를 비롯한 주요 가전시장을 장악하고, 다양한 단말기로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애플이라는 거함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은 사실상 반도체에서 나온다”며 “삼성전자의 위상은 결국 반도체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언제까지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봤다.

스마트 패권전쟁 이후 반도체 패권에서 애플에 빌미를 제공하지 않으려는 삼성전자의 복안, 그것은 반도체 재편 시나리오에서 가공하리 만큼 불을 뿜어내고 있다.

<홍승완 기자> /sw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