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안상미 기자]#1강남구 삼성동에 사는 40대 약사 김모씨. 지금까지 주식으로만 10억원 가량의 금융자산을 운용하던 그는 증시 반등을 틈타 일부를 차익실현하고 3억원 가량의 물가연동국채를 매수했다.
#2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50대 이모씨. 지난해부터 팔기를 원하던 15억원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가 처분되자 이 자금으로 물가연동국채와 장기국채,월지급식 ELS에 분산투자했다.
부동산과 증시로부터 나온 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고액자산가들이 많다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투자지형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높은 수익과 자산분배가 ‘강남스타일’이었다면 올해 들어서는 절세와 안정성이 우선 순위로 떠올랐다. 헤럴드경제가 117명의 강남ㆍ서초ㆍ송파 지역 PB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최근 비중을 가장 많이 늘린 상품은 다름아닌 채권이었다.
특히 고액자산가들의 자금을 끌어들인 것은 물가연동채권이다.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물가연동채의 경우 오는 2015년 이전까지는 표면금리에만 세금이 부과된다. 절세 자체만으로 수익률이 1~2% 오르는 효과가 있는데다 향후 인플레이션 헤지기능과 매매차익까지 노려볼 수 있다. 국채라 안정성도 있으니 그야말로 팔방미인인 셈.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4조1000억원이던 물가연동채권 상장 잔액은 올 상반기말 기준 6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개인들의 투자비중이 20.8%에서 26%로 높아졌음을 감안하면 올해 들어서만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8000억원 넘게 들어온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김상훈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 PB는 “2015년 이후 발행분에 대한 과세방침에 따라 기존 발행물, 특히 쿠폰이 낮은 2011년 발행물이 희소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낮은 물가상승률은 내년 이후 강한 반등과 함께 물가채 투자매력을 더 높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서초구에 사는 이모씨(56)도 최근 금융자산 5억원 중 50%인 2억5000만원을 물가연동국채에 투자했다.
담담 PB는 “최근 세제개편에 따라 물가연동국채와 방카슈랑스, 브라질국채 등을 제안했는데 안정성 때문에 최종 선택은 물가연동국채였다”며 “향후 물가 상승과 금리 하락으로 채권 가격이 오르면 중간에 매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기채도 포트폴리오에서 한 부분을 차지했다. 만기 10년 이상 장기채의 경우 채권 이자에 대한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종합소득세율 구간이 높은 고액 자산가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
주식 투자를 하더라도 주가연계증권(ELS)나 상장지수펀드(ETF) 등 방어적인 간접 상품을 선호했다.
박환기 대신증권 청담지점장은 “최근 위험자산 비중을 점차 줄이고 안전자산으로 옮기고 싶다는 고객들이 많다”며 “이런 투자자의 경우 ELS에 일부 가입하고 개별종목에 대한 위험회피를 위해 ETF를 선택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가연계증권(ELS)의 인기는 여전한 가운데 월지급식 상품이 관심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절세 측면에서 연관이 있다. ELS는 보유하는 동안에는 세금을 내지 않고 환매하는 연도에 한꺼번에 낸다. 따라서 만기연도에 세금이 크게 늘어날 수 있지만 월지급식의 경우 소득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반면 2010년 하반기에서 지난해 상반기까지 시중 자금의 블랙홀로 떠올랐던 랩은 투자자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랩 투자를 늘렸다는 대답은 단 한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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