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헌법재판소의 합헌판결로 유럽 통합에 힘이 실린 가운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재정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건이 하나둘 갖춰지고 있다. 독일 헌재의 결정으로 다음달부터 상설구제기금인 유로안정화기구(ESM)가 가동되고, 네덜란드 총선에서도 친유럽 성향 정당이 승리하면서 유로존의 앞날에 긍정적인 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의 은행동맹 초안도 공식 발표되는 등 액션플랜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우선 독일 헌재는 유로존 재정통합의 발판을 마련했다. 독일 헌재는 12일(이하 현지시간) ESM과 신재정협약에 독일이 참여하는 게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독일의 비준 지연으로 출범이 늦어졌던 ESM은 10월 8일부터 가동돼, 그리스와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도 가능해졌다.

이날 치러진 네덜란드 총선 결과도 유로존 붕괴 가능성을 차단했다. 당초 우려와 달리 친유럽 성향의 자민당과 노동당이 나란히 1, 2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네덜란드의 유럽 정책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여, 유로존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은행동맹을 위한 보폭도 빨라지고 있다. 이날 EU집행위원회가 공개한 초안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 6000개 은행에 대한 감독권을 가지게 된다. 또 ECB가 은행면허 발행권, 인수ㆍ합병 승인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지는 내용도 담겨있다.

집행위의 제안대로 단일화된 은행 감독기구가 설립되기 위해서는 유럽 의회의 승인을 얻고 EU 27개 회원국로부터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독일과 영국이 EU의 제안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EU 각국은 14일 키프로스에서 열리는 EU 재무장관회의에서 은행동맹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권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