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강주남 기자]독일 헌법재판소의 조건부 합헌 판결로 내달 중 ESM(유로안정화기구)이 공식출범할 전망이다. 그러나 ESM이 가동되더라도, 실제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국채시장에 개입할 수 있게되기까지는 앞으로도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ESM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국채시장에 개입하려면 해당 정부의 공식적인 구제신청이 있어야 하고, 부과되는 긴축 조건을 이행하고 재정주권을 일부 포기하겠다는 의지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지은/신동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13일 ‘ESM 합헌 판결 및 향후 ESM 관련 이슈’ 리포트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독일 헌법재판소 판결 내용 =12일 독일 헌법재판소는 ESM 설립의 적법성 여부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 여기에는 두 가지 조건이 부과되었는데, ▷독일의 ESM 지원금이 1,900억 유로를 초과하게 될 경우 하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ESM 자금을 활용하게 될 경우 상원 및 하원과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독일은 ESM에 대해 220억 유로 현금 납입 및 1,700억 유로 보증을 약속해놓은 상태이다. 즉 독일은 ESM 전체 자본금의 27%에 해당하는 약 1,900억 유로를 출자하게 되어있는 구조인데, 이는 유로존 회원국들의 분담액 중 가장 큰 금액이다. 이번 헌법재판소 판결의 조건은 사전에 약속된 독일의 ESM 분담액을 상한선으로 설정해놓고, 향후 주요 정부 결정시 의회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취지이다.

이는 시장 기대 범위 내에 있던 결과였으며, 유럽위기 대응 관련 불확실성 중 하나가 제거되고 ECB 시장개입 실행을 위한 초석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향후 ESM 관련 이슈들=먼저 규모의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ESM의 실가용 규모는 이탈리아나 스페인 구제를 상정할 경우 불충분한 규모여서 ESM 한도 확대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시장 규모는 약 2.4조 유로이나, 스페인 은행 구조조정을 위해 약정된 1,000억 유로를 제외할 경우 신규로 이용 가능한 ESM 자금은 4,000억 유로에 불과하다. ECB가 얼마 전 선언한 OMT를 통해 단기 국채시장에 개입한다 해도 여전히 ESM으로 커버해야 되는 규모가 크다.

결국 ESM의 가용 규모를 늘릴 경우 독일의 분담액 역시 늘어날 수 밖에 없는데, 이번 헌재 판결에 따르면 독일은 분담액 증액에 앞서 의회 승인을 필요로 하므로, 향후 ESM 집행시 정치적 제약 조건이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두번째로는 절차상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독일은 ESM 설립에 관해 지난 6월 이미 상하원의 승인을 받았고, 독일을 제외한 여타 유로존 회원국들의 승인 절차는 완료된 상태이므로, 독일 대통령의 서명을 거치면 사실상 ESM은 가동 요건을 갖추게 된다. 10월 8일 ESM 이사회가 소집된 이후 10월 중 ESM이 출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 이번 헌재 판결 및 지난 6월 의회 승인은 ESM 설립 자체에 관한 것이었으므로, 신규 구제금융을 위해 ESM 자금을 실제로 활용할 경우 다시 별도의 의회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향후 ESM이 가동되더라도 실제 ESM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국채시장에 개입할 수 있게되기까지는 앞으로도 수개월이 소요될 것이다. ESM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국채시장에 개입하려면 해당 정부의 공식적인 구제신청이 있어야 하고, 부과되는 긴축 조건을 이행하고 재정주권을 일부 포기하겠다는 의지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CB의 국채시장 개입 방식인 OMT는 ESM의 시장 개입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ECB의 OMT는 단시간 내에 실행되기가 더욱 힘들다. 결국 ECB 시장개입 선언 및 ESM 판결로 인한 최근의 시장 안정효과 지속 여부와 스페인 구제금융 신청 여부가 향후 시장의 주요 관심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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