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70회> 모든 길은 하나로! 29

럭비공을 다루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허공을 날던 공이 일단 땅에 떨어지기만 하면 어디로 튈지 가늠할 재간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공이 땅바닥에 닿기 전에 낚아채야만 할 것이다.

“한솜아, 기쁜 소식 하나와 슬픈 소식 두 개가 있어.”

그는 조심스럽게 유한솜이 머물고 있는 숙소의 방문을 열었다. 게리플레이어 골프클럽에 딸린 그 숙소는 리조트 형태를 갖추고 있어서 취사도 가능토록 꾸며져 있었다. 하지만 재벌가문의 외동딸인 그녀가 스스로 밥을 해먹을 리는 만무했다. 그녀는 벌써 이틀째 리조트 서비스를 통해 배달된 피자로 끼니를 때우는 중이었다.

“또 혼자 끼니를 때우는 거야? 회장님은?”

“회장님? 우리 엄마요? 엄마가 언제 나에게 신경 써 주신 적이 있기나 해요? 항상 사업과 골프와 남자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는 걸 잘 아시잖아요?”

“왜 그래, 또? 사춘기 소녀처럼.”

“하긴 늘 그렇게 지내왔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어요. 그나마 승우 오빠라도 있어서 말동무가 되어 주니 다행이에요.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입에 거미줄 쳤을 걸? 도대체 기쁜 소식은 뭐고 슬픈 소식은 뭔데요?”

“음, 기쁜 소식부터 전해 줄까? 슬픈 소식부터 전해 줄까?”

“슬픈 소식!”

“좋아, 첫 번째 슬픈 소식은… 한국에 있는 우리 회사 주거래 은행에서 개인적으로 3000만원을 융자받으려다가 거절당했다는 거야.”

“어머나? 주거래 은행에서 감히 유민 제련그룹 기획실장님의 청을 거절할 수가 있어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요? 그리고… 3000만원은 어디에 쓰시게요?”

“내가 유민 그룹에서 잘렸기 때문이지. 해직자에게 누가 융자를 해주겠어? 이게 바로 두 번째 슬픈 소식이기도 해. 당장에라도 3000만원을 융자받아서 한솜이 너에게 주려고 했는데 말이야.”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예요? 승우오빠를 누가 잘라? 그리고 그 큰 돈을 어째서 나에게 주려고 했어요?”

그녀는 착잡한 마음으로 한승우를 바라보며 눈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의 서글서글한 눈매엔 언제나처럼 고결함이 배어나오는 듯했다. 그 언제였던가, 장미와 카사블랑카 꽃길이 길게 이어지던 대학축제마당에서 공부의 중요성이나 노동의 가치를 논하던 때와 조금도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유민 회장님이 날 해고했겠지.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네 어머니마저도 강제로 해직당하셨다는 사실이야”

“엄마요? 그 당당하던 신희영 회장께서도 결국?”

유한솜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투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문득 올려다 본 남아공의 밤하늘… 낮은 구름이 비껴갈 때마다 암청색 하늘 틈으로 황금색 별빛이 반짝 빛을 토해내곤 했다.

“우리 엄마도 아랑곳하지 않았던 3000만원을 오빠가 해결해 주려고 했단 말이지요? 왜요? 돈으로나마 내 마음을 얻으려고요?”

“그래. 돈으로 널 꼬이려고 했지. 너는 패리스 힐튼처럼 살고 싶어 했잖아? 누리고 싶은 것은 다 누리면서, 자유롭게… 하지만…”

하지만… 그녀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거금 3000만원을 원하는 까닭은 어쩌면 제 날개를 꺾어내기 위한 돈… 스스로 결박되기 위한 자금이라는 것을 그는 본능적으로 감지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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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