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총수와 명동…그들의 각별한 인연
SK 대연각호텔에 서울사무소 설치 워커힐호텔 인수 등 성장기틀 다져
신격호 회장도 심부름하며 첫출발 1973년 명동 재입성 롯데타운형성
식도락 입맛 잡은 곰탕집 ‘하동관’ 故이병철·김우중·김준기 회장 단골
서울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명동은 예로부터 우리나라 금융과 경제의 중심지였다. 과거 증권거래소와 증권업체들이 위치했고, 큰돈이 모여들면서 사채시장을 주무르는 ‘큰손’들도 여럿 명동에 자리를 잡았다.
이들을 따라 기업들도 명동으로 모여들었다. 돈만을 바라본 것이 아니었다. 사대문 안에 위치한 편리한 입지로 지금도 백화점 등 중심상권이 자리해 있고, 임직원 출퇴근은 물론 시내에 있던 정부청사도 가까웠다.
남산에 터널들이 뚫리면서 새로운 ‘경제 중심지’ 강남과도 바로 연결되는 이점이 있었다. 기업들 중 대부분은 명동을 떠났지만 아직도 일부 기업은 남아 있다.
총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과거 명동을 드나들며 사업 기반을 다지면서 맛과 멋을 즐겼고, 지금까지도 명동을 찾는 인연이 되고 있다.
▶최종건-종현 형제, 명동 사옥서 ‘성공 신화’=명동과 인연을 잇고 있는 기업은 대표적으로 SK그룹과 롯데그룹이다.
고(故) 최종건 SK 창업회장은 선경 시절 서울로 입성한 뒤, 1969년 당시 최고급 고층빌딩이었던 대연각호텔에 서울 사무소를 뒀다. 최종건 회장은 대연각호텔 화재 뒤 선경 명동사옥(현 SK네트웍스 사옥)으로 둥지를 옮겨, 워커힐호텔 인수 등 그룹 성장의 기틀을 다졌다.
동생인 고 최종현 SK 선대회장은 길 건너에 있던 을지로 옛 중소기업은행 본점 건물을 인수해 그룹 사옥을 옮기고, 이곳에서 대한석유공사와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며 국내 ‘3대 기업’으로 성장하는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명동이 SK에는 기회의 땅이었던 것이다.
SK는 이 자리에 새로 SK T타워를 지어 명동과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도 명동과 인연이 깊은 편이다.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 명동에서 심부름을 하며 사업을 시작했다고 전해지는 신격호 회장은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뒤 1973년 명동 바로 옆 소공동 반도호텔을 인수, 롯데호텔을 세우며 꿈에 그리던 명동에 재입성하게 된다. 이후 롯데백화점 등을 세우며 이른바 ‘롯데타운’을 형성했다.
신격호 회장은 지난해 ‘동일본대지진’이 있기 전에는 격월로 한국에 와 롯데호텔에 머물며 집무를 봤다. 롯데는 그룹 본사를 따로 두고 있지 않지만 사실상 롯데호텔 건물이 롯데 본사인 셈이다.
▶신격호, 롯데호텔 지하 ‘피닉스’에서 양복 맞춰=이 같은 인연으로 기업 총수들은 멋을 낼 때도 당연히 명동을 찾았다. 1960~80년대 한국 최고 패션가(街)는 강남이 아니라 명동이었다. 디자이너 고 앙드레 김도 1962년 소공동에 ‘살롱 앙드레’라는 의상실을 내며 ‘데뷔’했다.
신격호 회장과 아들 신동빈 롯데 회장은 롯데호텔 지하 아케이드 양복점 ‘피닉스’의 오랜 단골이기도 하다. 신격호 회장은 지금도 ‘피닉스’에서 한 번에 3~4벌씩 옷을 맞춰간다고 한다. LG그룹 오너가(家)인 구(具) 씨 일가는 대대로 소공동 ‘GQ양복점’에서 옷을 해 입었다고 전해진다.
유난히 발이 컸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회장은 명동 수제화 전문점 ‘잉글랜드’에서 구두를 맞췄다. 밑창에 징을 박아 한 구두를 15~20년간 신을 정도로 검소했다고 그룹 관계자들은 전한다.
▶곰탕집 ‘하동관’, 고 이병철ㆍ김우중ㆍ김준기ㆍ김승연 단골=명동은 상업 중심지이다 보니, 식도락가들이 찾는 맛집도 밀집돼 있다. 기업 총수들 중에도 미식가들이 많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맛집을 찾아 좋아하는 음식을 즐기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효과 때문이다. 명동에도 총수들의 단골집이 많다.
1939년 고 김용택 씨가 인근 수하동에서 개업, 재개발로 인해 2007년 외환은행 뒤편으로 옮겨온 곰탕집 ‘하동관’은 총수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 맛집 중 하나다. 인근 장교동에 사옥이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대표적 단골. 해외 출장을 다녀오면 꼭 들러 원기회복을 위해 곰탕을 먹는다고 한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도 이 집의 곰탕을 즐긴다. 과거에는 명동까지 ‘행차’를 감수했지만, 수년 전 사옥과 가까운 대치동에 강남분점이 생기면서, 이곳에서 김 회장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는 것이 그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도 서울에 있을 때에는 틈날 때마다 이 집을 자주 찾는다. 호암 고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도 이 집의 단골이었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국내 일본식 돈가스집의 원조 격인 ‘명동돈가스’의 오랜 단골이다. 1983년 개점 이래 30년 가까이 변함없이 이 집을 찾는다고 한다. T타워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근처 일식집 ‘선우’를 즐겨 찾는다고 전해진다.
<신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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