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2회> 모든 길은 하나로! (21)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쏴아아아! 철퍽철퍽!’

남한의 바람난 유부녀든 천지개벽한 북한의 처녀든 샤워하는 소리는 매일반이었다. 약간의 도발적 요소가 담겨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수줍음을 담고 있는 소리. 그 소리를 듣는 짧은 순간에 웬만한 남자들은 천당과 나락을 수백 번이나 오가곤 할 것이다.

하물며 금단의 땅 북한의 대동강 변… 평양호텔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샤워하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심장에 경련이라도 일 것 같았다.

“권 선생님도 함께 소나기 목욕 하실래요?”

“잠깐, 잠깐만요.”

문득 불안한 마음이 앞서곤 했으니, 대뜸 샤워장에 따라 들어갈 일은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 뭐가 불안하냐고? 모르시는 말씀. 일도 이수 삼랑 사과… 모름지기 여인을 탐할 때엔 남의 텃밭에서 복숭아 훔쳐 먹듯 은근슬쩍 품어야 일품이건만 웬걸, 지금은 도처에서 남이 훔쳐본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여기에 몰래카메라 같은 건 없을까…’

한심하기도 하지, 무드를 깨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그는 이리저리 실내를 돌며 몰래카메라를 찾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자격으로 온 것도 아니고, 배후에 거성그룹과 정부 고위 인사가 버티고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미녀를 내세워 일탈행위를 벌이는 것은 누군가의 음모가 아닌지…권도일은 바로 그 점을 경계하는 중이었다.

“어머, 쑥스러워요? 왜 불을 끄고 그러세요?”

숨겨놓은 카메라를 찾으려면 일단 전등불을 끄고 라이터를 켜봐야 한다. 라이터 불빛을 이리저리 비추다보면 반짝! 하고 빛나는 물체가 드러나게 되는데… 그게 바로 녹두알보다도 작은 몰래카메라 렌즈인 것이다.

하지만 예원희는 권도일이 불안에 떨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다만 이토록 극적인 순간에 전등불을 끄는 것으로 보아 그 사내가 보기보다는 대단히 순진하다고 여길 따름이었다.

캄캄한 샤워실 안에서 그녀가 소나기 목욕, 이른바 샤워를 하며 권도일의 입장을 기다리는 동안 그는 재빨리 라이터 불빛으로 호텔 룸의 벽이며 천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다행히 몰래카메라는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눈 감고 있을게요, 어서 들어오세요.”

천지개벽한 북한의 미녀 예원희는 차라리 애원하고 있었다. 그러니 어쩌랴, 자신의 나체가 적외선 사진으로 찍혀 훗날 대남 비방선전물로 쓰일지언정 아름다운 그녀의 애원을 더 이상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알았어요. 당장 들어갈게요.”

급하게 벗는 바지는 오히려 잘 벗어지지 않는 법이다. 하물며 방 안이 칠흑처럼 어둡기까지 했으니 그는 바지를 벗다가 중심을 잃어 깽깽걸음을 뛰면서 욕실로 달려갔다. 욕실 문을 열자마자 코끝으로 번져오는 여인의 향기… 천지개벽한 북한의 여인인들 향기가 없을까? 오히려 만개한 백합향기보다도 더 현란한 향기에 그는 신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으으… 미치겠소.”

“저는 벌써부터 미쳐버린걸요?”

대화는 이것으로 끝! 풀풀 날리는 어둠을 헤치고 그녀의 두 팔이 다가와 와락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차가운 물로 샤워를 했는가? 뱀처럼 목에 감기는 그녀의 두 팔이 싸늘하면서도 짜릿했다.

그녀는 숨 가쁘게 입술을 내맡기면서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손을 내려 그의 하복부를 더듬기 시작했다. 캄캄해서 보이지는 않았지만 꿈틀대는 느낌이 진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