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세기의 소송’이라 불리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이 중반을 넘겼다. 애플의 특허침해 주장에 대해 삼성전자가 역공을 취했지만 양측 모두 이렇다할 우세를 선점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동안 감춰졌던 ‘속살’이 드러나며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실리를 잃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고의적 모방 VS 부당한 독점= 이번 본안소송 전반전의 핵심은 삼성전자가 아이폰과 아이패드 디자인을 베꼈는지 여부였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애플은 삼성전자 내부문건과 신종균 사장 이메일까지 들추며 삼성전자를 압박했다. 애플측 변호인은 ‘디자인이 아름답고 하드웨어는 복제가 쉽다’고 적시돼 있는 삼성전자의 내부문건을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 고위임원들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꼼꼼하게 들여다본 후 위기의식을 느끼고 아이폰을 기준으로 제품을 만들 것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도적으로 모든 것을 베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갤럭시S가 출시되기 전인 2010년 2월 신종균 사장 발언이 담긴 이메일도 증거로 공개됐다. 이메일에는 “그동안 노키아만 주목하며 폴더나 슬라이드폰을 만드는 데만 주력해왔는데 예상치 못한 경쟁상대인 애플을 만났다. 사용자 경험(UX) 측면에서 아이폰과 옴니아폰을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디자인의 위기”라고 언급됐다. 애플은 이를 두고 삼성전자가 애플 디자인을 모방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LG전자의 프라다폰을 비롯해 아이폰 출시 전 이미 직사각형에 모서리가 둥근 형태의 다양한 스마트폰이 존재했음을 제시했다. 또 소니에서 이미 유사한 디자인이 아이폰 전 있었다는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측 변호인은 “애플이 상업적으로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직사각형 디자인 독점을 주장할 권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자발적으로 협상 시도하기도=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를 제소하기 전 이미 양사가 협상을 진행한 사실도 나타났다. 보리스 텍슬러 애플 특허 담당 책임자는 “스마트폰 1대당 30달러, 태블릿PC는 1대당 40달러의 로열티를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특히 스티브 잡스 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 7명이 2010년 8월 삼성전자와 만나 로열티를 요구했지만 삼성에서 거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측 변호사의 반대심문에서 이번 소송에 제기된 애플의특허 7건 중 5건이 2010년 삼성전자와의 협상 제안에 등장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텍슬러 책임자는 또 2010년 애플이 삼성전자에 로열티를 요구하는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실토하는 등 애플이 협상에 큰 무게를 두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거둔 스마트기기 판매액도 밝혀졌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미국에서 304억달러(34조3520억원) 매출을 올린 가운데 25% 이상이 특허 침해 결과라고 주장했다. 테리 무시카 회계사는 지난 2년간 삼성전자가 애플 특허침해로 판매한 스마트기기는 2270만대라고 추산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무시카 회계사가 특허 침해별로 쪼개서 피해 액수를 계산하는 데는 실패해 배심원들이 애플이 어떤 특허 침해로 얼만큼의 피해를 입었는지 알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감추고 싶은 비밀까지 드러난 소송= 이번 소송에서 여러 증거들이 제출된 가운데, 삼성전자와 애플의 태블릿 실적 격차가 크다는 점도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미국 시장에서 갤럭시탭과 갤럭시탭 10.1을 140만대 팔아 6억4400만달러(약 7300억원)의 수익을 거둔 반면, 애플의 아이패드 시리즈 누적 판매량 3400만대에 누적 수익은 190억달러(약 21조5000억원)에 이르렀다. 판매량 면에서는 애플이 삼성전자의 24배, 수익 면에서는 30배에 이른 셈이다.
또 스티브 잡스가 삼성전자의 7인치 태블릿을 인정한 사실도 드러났다. 에디 큐 애플 수석부사장은 지난해 1월 7인치 갤럭시탭을 산 뒤 크기 때문에 아이패드를 팔아 버렸다는 한 블로거의 글을 인용해 팀 쿡 당시 최고운영책임자(COO)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자신도 “갤럭시탭을 써보고 많은 부분 동의하는 쪽으로 기울어졌다”고 썼다. 나아가 잡스에게 7인치 아이패드를 개발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으며, 잡스도 사망 직전 “7인치 태블릿 제작 의견을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고 이메일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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