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가입자 절반인 870만 명 개인정보를 해킹당한 KT가 사건 이전까지는 악성프로그램 차단용 백신 설치를 대리점에 ‘권고’하는 수준에 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이번 유출 이후 전국 3000개 대리점, 1만 개 PC를 대상으로 백신 설치 및 업데이트를 의무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KT에 따르면 해킹 사건이 터지고 나자 전국 대리점 모든 PC에 백신프로그램을 강제로 설치하도록 했다. 앞서 KT 권고에도 백신을 설치하지 않은 대리점이 적발되면 보조금을 삭감하는 등 제재 조치를 취했지만, 이전과 같이 고객정보조회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백신 의무화에 따라 악성프로그램 차단용 툴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해당 대리점은 고객정보조회시스템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등 보안을 강화했다.
이를 두고 대리점 보안정책을 느슨하게 운영했던 KT가 해킹 발발 후에야 ‘뒷북’ 조치를 내렸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이 KT 한 대리점 PC에 악성프로그램이 심어지면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검찰 및 경찰 조사에 따르면 지난 8일 구속기소된 해커 최모(40)씨는 KT도봉지사 내 A대리점 PC의 원격제어 프로그램 ID와 비밀번호를 탈취한 뒤 악성프로그램 ‘RUN.BAT’을 실행시켰다. 이는 KT 고객정보조회시스템 이중 인증절차를 거치지 않고, 서버에 바로 접속해 가입자의 이름ㆍ주민번호ㆍ요금제ㆍ할부기간ㆍ개통일 등을 해커의 서버로 자동 전송하는 프로그램이다.
해커에 원격제어 프로그램 정보가 흘러들어간 경위를 놓고 A대리점 대표는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로 풀려났다. 하지만 KT는 해킹의 최초 진원지였다는 이유로 A대리점에 대해 고객정보조회시스템 접속을 차단시켰다. 현재 이 대리점 개통업무는 중단된 상태다.
나아가 KT는 A대리점과의 개인정보취급 위탁ㆍ수탁 계약 파기도 검토 중이다. 이에 A대리점 관계자는 “이달 1일자로 끝난 통합보안을 믿고 있었는데 이번 일에 휘말려 업무만 마비되고 억울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KT는 지난 2월부터 대리점 PC와 사내 PC 보안을 통합작업에 들어가 이달 1일 종료했다. 대리점과 사내 PC 보안 관리를 일원화한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문서보안 프로그램 버전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했다. 또 KT 관계자는 “대리점 계정을 3개월 주기로 교체하는 것에 더해 이번에 백신 설치 의무를 통해 보안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움직임과 관련 다른 통신사들도 현재의 보안수준을 한단계 강화하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3개월마다 대리점 IDㆍ비번 교체를 권고했지만, 이번 해킹 사건을 계기로 10월 1일부터 의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killpass@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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