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이란과의 불법 금융거래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후폭풍이 거세다.
이번 스캔들이 전세계 금융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영국과 미국의 기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또 바클레이스은행의 리보조작, HSBC은행의 이란 및 한과의 불법거래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SC은행의 이란 관련 스캔들로 영국계 은행들의 평판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8일 SC은행이 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 당국이 불법 거래혐의가 제기된 2500억 달러의 99.9%가 적법한 거래였다”고 반박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란 고객과의 신규 거래는 이미 5년 전부터 중단했다”고 덧붙였다.
FT에 따르면 SC 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극히 적은 액수가 실무자의 실수로 규정을 위반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뉴욕 금융감독청 보고서가 “사기며 조작”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앞서 뉴욕주 금융감독국은 SC가 최장 10년간 이란 정부가 소유한 은행이나 이란 법인들과 250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세탁하는 등 불법 거래를 해왔다며 이같은 혐의에 대해 이달말 열리는 청문회에서 답변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SC은행의 면허를 취소할 수도 있다고 경고해, SC은행은 미국 월가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
FT는 SC은행이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수익의 90%가 아프리카, 아시아와 중동에서 나와 주로 뉴욕을 통해 처리된다면서, 이에 따라 뉴욕주 당국이 은행 면허를 취소하면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에서는 자국은행들이 미국 당국의 수사망에 줄줄이 걸려들자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올해 일각에서는 미국이 영국 금융권을 공격하고 있다는 격앙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런던 금융중심시지인 ‘시티’의 고위 관계자는 FT에 “우리가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런던 금융에 치명타가 가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정계도 자국 금융권에 대한 미 당국의 제재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면서 불편한 기색을 표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와 관련, 이란 제재 강화에 애써온 미국으로서는 SC 은행건이 ‘괘씸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SC 은행 주가가 7일 하루만에 16.6% 폭락해 지난 24년 사이 최대폭으로 하락했다면서, SC 은행의 시가총액이 170억 달러 날아갔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날 런던의 금융 분석가를 인용해 SC은행이 이번 스캔들로 인해 벌금을 비롯해 모두 55억 달러의 추가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사태로 큰 손실을 입은 SC은행은 혐의를 벗게 될 경우 미국 당국을 상대로 법적 대응까지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